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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곽 교육감 '석방'을 보며

입력
2012.01.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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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석방'을 둘러싸고 이쪽과 저쪽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다. 난장판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4개월 여 만에 다시 출근한 그가 "차분하고 꿋꿋하게 더 앞으로 나가도록 챙기겠다"고 밝힌 대목을 둘러싸고 해석도 분분하다. 그래서인지 20일에도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이용자가 많아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습니다'는 안내문만 휑하니 떠 있었다.

한 쪽에서는 벌금형도 유죄라는 점을 강조하며 범죄자에게 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선 석방된 사실을 부각시키며 마치 무죄가 된 것처럼 득의양양한 태도다. 이런 상황이니 사태의 본질은 뒤로 빠지고 고성과 삿대질만 난무하고 있다. 상대의 말과 생각은 무조건 무시하고 자신의 입장과 논리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이 도지고 있다.

그를 범죄자라고 여기는 쪽에선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왜 업무에 복귀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그의 석방을 당연하게 여기는 쪽은 법원이 직무에 복귀토록 하면서 왜 법정 벌금형량의 상한선인 3,000만원을 선고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양쪽 측면을 가장 깊이 가늠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사람은 물론 곽 교육감 자신이다.

혐의사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일반인이 옳고 그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쉽지 않다. 이번에 1심 재판부가 곽 교육감에게 내린 결론을 언뜻 살펴보면 '하던 일을 계속하도록 불구속 상태에서 상급심재판을 받도록 하겠다' 정도인 듯하다. 이런 상식적인 공감대를 존중하기에 즉시 사퇴를 요구하는 쪽의 공세에 찬성할 수 없고, 면죄부를 받았다고 여기는 쪽의 인식에도 동조할 수 없다. 이들의 주장에는 2심, 3심의 재판에 영향과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까지 엿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우선 법원이 곽 교육감을 업무에 복귀시킨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를 교육감으로 선출한 유권자들의 뜻을 헤아렸다고 여기고 싶다. 2010년 당시 선거는 투표율 49.1%라는 높은 관심 속에 치러졌고, 곽 후보는 34.3%의 낮지 않은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의 정책과 신념을 적극 지지했던 100여 만 유권자의 바람은 현재까지도 무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사퇴 운운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동시에 법원이 굳이 3,00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벌금형을 선고했는지 생각해 본다. 판결문은 "상대의 요구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금전을 지급해 선거문화의 타락을 초래했다"고 밝히고 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그의 혐의가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의 기준을 훨씬 능가하는 범죄라는 의미일 것이다. 구속 상태를 벗어나 교육청 청사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과대평가할 근거가 없어 보이는 이유다.

판결의 법리를 떠나 이런 두 가지 상식적이고 분명한 점만 잊지 않는다면 곽 교육감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지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또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범죄의 경우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에 선고하고, 항소심과 상고심은 전심(前審) 선고 후 3개월 안에 마치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1심 선고에 4개월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상고심까지 6개월이 훨씬 안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곽 교육감이 업무 복귀 후 "차분하고 꿋꿋하게 더 앞으로 나가도록 챙기겠다"고 다짐한 대목을 생각해 본다. 학교폭력과 학생인권조례 문제를 언급했다. 기록적인 벌금형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과 신념에 힘이 실리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결 때까지 '차분하고 꿋꿋하게' 교육감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더 앞으로 나가는' 문제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100만 유권자의 지지와 3,000만원 벌금의 의미를 상식으로 아우르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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