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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닥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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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코닥의 추억

입력
2012.0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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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크롬은 멋지고 환한 색깔들을 주지/특히 여름날의 그 초록빛이란/세상이 온통 화창하단 착각이 들게 하지/ … /흑백으론 모든 게 별볼 일 없어 보이지/ … /그러니 엄마, 제발 내 코다크롬 좀 가져가지 마세요" 전설의 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의 1973년 히트곡 '코다크롬(Kodachrome)'의 가사다. 코다크롬은 필름카메라 시대를 지배했던 코닥사의 컬러필름. 독보적 색감으로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자들을 포함, 세계 사진작가들의 영원한 로망이었다.

■ '코닥(Kodak)'은 사실 무의미한 철자의 조합이다. 창업자 조지 이스트먼이 어감 강한 K를 앞뒤에 배열, 가장 명쾌한 느낌이 나도록 만든 명칭이다. 상징색 노랑도 선명함과 강렬함 때문에 채택됐다. 그의 의욕대로 코닥은 단지 상품명이 아니라 명실공히 20세기 현대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코닥의 역사는 그대로 사진의 역사, 시각의 역사였다. "할 일은 다했다. 기다릴 필요가 뭐 있나"며 권총 자살로 마감한 이스트먼의 최후마저 코닥다웠다.

■ 코닥은 다른 면에서도 시대를 만든 선구자였다. 이제야 우리가 관심 갖는 사회적 책임에 가장 먼저 눈을 떠 한 세기 전에 '직원의 행복이 기업 성공의 길'임을 선언한 것은 놀랍다. 직원들이 주식을 공유하는 종업원 지주제를 처음 채택하고 이익을 공평 배분했으며, 연금 및 각종 혁신적 복지제도를 앞서 실현했다. 이스트먼은 급여의 80% 이상을 사회에 돌려 학교를 세우거나 MIT 등 대학에 기부한 액수만 평생 1억 달러(현 2조원 상당)에 달했다.

■ 그 코닥이 창업 132년 만에 무너졌다. 디지털카메라에 밀려 필름 생산을 중단하더니 엊그제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30억 달러에 달하는 특허권이 남아있다지만 생명의 불꽃은 이미 사윈 상태다. 그래도 코닥이 시대 변화에 굼뜬 아둔한 기업으로만 마냥 매도되는 상황은 마음 아프다. 최근 짧은 시기 경영의 잘못일 뿐, 여전히 배우고 기억해야 할 것이 더 많은 기업이다. 무엇보다 다들 추억 속에 길모퉁이 사진관의 노란 코닥 로고 하나쯤은 남아있지 않던가?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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