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도 이제부터는 단체전으로 즐긴다. 바둑은 전통적으로 일대일로 맞대결을 펼치는 개인전 방식이 주류였지만 새해 들어 신예 및 시니어, 여자 기사 들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이벤트성 '편바둑' 대회가 잇달아 개최돼 바둑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국내 최대 규모 단체전인 2012한국바둑리그가 올해로 출범 10년째를 맞아 총상금 및 참가팀수가 크게 늘어나고 2부 리그가 신설되는 등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또 2008년 이후 입단한 1~4년차 새내기 프로들이 입단 년도별로 네 명씩 한 팀을 이뤄 격돌하는 2012돌풍대결이 13일부터 시작됐고, 50세 이상 시니어와 30~40대, 10~20대, 여자 기사가 고루 참가하는 인터 리그가 개막돼 17일부터 열전에 돌입했다. 이 밖에 시니어 기사들이 명인 국수 왕위 3개 팀으로 나뉘어 자웅을 겨루는 리버사이드호텔배 시니어바둑삼국지가 오는 30일부터 막을 올리고 아마추어 바둑계서도 전국 12개 지자체를 연고지로 하는 팀 대항전 내셔널 리그가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새해 들어 이 같이 다양한 방식의 단체전 경기가 잇달아 개최되는 것은 그동안 대부분의 바둑 대회가 거의 비슷한 형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대회 간의 차별성이 별로 없어 바둑팬들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밖에 기존 대회가 대부분 젊은 강자 위주로 진행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시니어나 여자 기사들의 사기 진작과 함께 이들의 활약상을 보고 싶어 하는 바둑팬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부 리그 바둑리그에 신설$ 참가팀도 10개로
2003년 드림리그로 출발해 출범 10년째를 맞는 한국바둑리그는 참가팀이 지난해 8개에서 올해는 한국인삼공사, SK에너지, 롯데손해보험 등 대기업의 참여로 10개로 늘어나고 대회 규모도 28억원에서 40억원으로 확대된다.
특히 올해 두드러진 특징은 2부 리그가 신설된다는 것. 이에 따라 프로 기사들의 바둑 리그 출전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지난해까지는 각 팀당 감독 1명에 선수 6명으로 구성됐지만 올해는 감독 1명, 1부 리그 5명, 2부 리그 4명으로 팀당 10명의 프로 기사가 참여하므로 10개 팀에서 모두 100명이 바둑 리그에서 감독, 선수로 뛰게 된다. 여기에 TV해설자까지 포함하면 국내 프로 기사 268명 가운데 40% 가량이 바둑 리그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게 되는 셈이다. 이제 바둑 리거가 아니면 토너먼트 프로라 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1, 2부 모두 더블 리그 방식으로 진행, 정규 리그 총대국수가 1부 리그 90경기 450국, 2부 리그 역시 90경기 360국이나 된다. 단일 대회로는 사상 유례없는 엄청난 규모다. 특히 2부 리그 선수는 남자 3명과 여자 1명으로 구성하고 1, 2부 간의 선수 교체도 가능토록 했다. 또한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진행을 위해 지난 해까지 한 경기를 이틀에 걸쳐 치르던 방식을 개선, 올해는 하루에 다섯 판을 모두 끝내기로 했다. 박영철
한국바둑리그 출범 10년을 맞아 대회 규모가 더욱 커지고 2부 리그가 신설된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통합 라운드 경기 모습.
인터리그 남녀노소 8명씩 4개팀 풀리그 승부
남녀노소 프로 기사가 함께 바둑팀을 구성해 연승전 방식으로 자웅을 겨루는 이색기전, 2012 인터리그가 17일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스마트오로, 한게임 타이젬 피망바둑 등 국내 유명 인터넷 바둑 사이트 4개사가 50대 이상 시니어와 30~40대, 10~20대, 여자 기사 등 4개 그룹에서 각각 2명씩 모두 8명을 선수로 선발해 4팀이 풀 리그로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 상금은 4,000만원, 2위 2,500만원, 3위 1,500만원, 4위 800만원이다.
이번 대회는 원칙적으로 지난해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하지 않은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되 흥행적인 측면을 고려해 선수 선발을 완전히 각 팀의 자유 의사에 맡겼다. 이에 따라 각 팀에서는 과거와 달리 랭킹이나 과거 성적 등 계량적인 지표에 구애 받지 않고 다소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대중적인 인기가 높거나 자기 팀의 이미지에 맞는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타이젬은 서능욱ㆍ 김종수ㆍ김혜민ㆍ한해원ㆍ이상훈ㆍ위에량ㆍ이동훈ㆍ박준석을 뽑았고 스마트오로는 김수장ㆍ안관욱ㆍ박지은ㆍ조혜연ㆍ한종진ㆍ박승철ㆍ김세동ㆍ 조인선, 한게임은 장주주ㆍ차민수ㆍ 최정ㆍ김미리ㆍ김승준ㆍ강지성ㆍ홍기표ㆍ 이원도, 피망바둑은 서봉수ㆍ 김일환ㆍ이슬아ㆍ박지연ㆍ이희성ㆍ최명훈ㆍ송태곤ㆍ박영롱을 각각 선발했다. 특히 각사 인터넷사이트에서 활발히 활동을 펼쳐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기사들이 많이 발탁됐다.
시니어에서는 작년 말 대주배서 우승한 서능욱이 드래프트 순위 1번으로 타이젬에 지명돼 최근의 높은 인기를 반영했고, 국내 최연소 기사 이동훈?여자 최연소 기사 최정도 기라성 같은 선배 기사들을 제치고 각 그룹에서 첫 번째로 호명돼 올해 바둑계 태풍의 눈이 될 것을 예고하는 듯 했다. 이 밖에 대회 출전사들이 모두 인터넷 회사이므로 외국 유저들을 의식해서인지 국내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기사 장주주와 위에량이 나란히 선수로 기용된 것도 특이했다.
17일 열린 인터리그 개막식에서 각 팀 시니어 선수들이 명승부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장주주, 김일환, 차민수, 서능욱, 안관욱, 감수장, 감종수
돌풍대결 1~4년차 입단 연도별로 편바둑 겨뤄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입단한 프로 1~4년차 새내기들이 입단 년도별로 4명이 한 팀을 이뤄 기량을 겨루는 돌풍 대결이 12일부터 시작됐다. 한 팀당 남자 3명, 여자 1명으로 구성돼 개인전 네 판과 페어 대국 한 판 등 5판3선승제로 승부를 가린다. 2008년팀은 한웅규(4단)ㆍ이호범(3단)ㆍ 황진형(초단)ㆍ김미리(2단), 2009년 안국현(3단)ㆍ 김기원(3단)ㆍ 허진(2단)ㆍ 김혜림(초단), 2010년 나현(초단)ㆍ 강승민(2단)ㆍ 이지현(2단)ㆍ최정(초단), 2011년 이동훈(초단)ㆍ최홍윤(초단)ㆍ박민규(초단)ㆍ김채영(초단)이 각각 선발됐다.
패기 넘치고 도전정신이 강한 신예들의 기전답게 대회 방식이 다양하고 실험적이다. 개인전 1, 2국은 각자 기본 시간 없이 20초 초읽기 5회, 4, 5국은 초읽기도 없이 30분 타임아웃제를 채택, 엄청난 초속기 대결이다. 우승상금은 1,200만원.
12일 열린 1차전에서는 2008년팀이 2011년 팀을 3대2로 이기고 첫 승리를 따냈다.
한웅규(오른쪽)와 최홍윤의 대국 모습. 초속기 대결답게 이번 대회서는 100분의 1초까지 정확히 측정되는 전자 계시기가 사용됐다.
시니어바둑삼국지
만45세 이상 프로 기사들이 각 팀당 10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리버사이드호텔배 시니어바둑삼국지가 오는 30일부터 시작된다.
총규모 2억2,000만원, 우승상금 8,000만원인 시니어바둑삼국지는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이 각각 국수 명인 왕위팀 주장을 맡아 예선통과자 27명 중에서 각 팀당 9명씩 선수를 선발했다.
그동안 한중일 3국 선수들이 격돌했던 농심배나 정관장배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며 3연승부터 200만원의 연승상금이 지급되고 이후 1승을 더 할 때마다 100만원씩 추가된다.
아마 12개팀 내셔널리그
대한바둑협회가 주최하는 내셔널리그가 3월부터 출범한다. 서울 동대문구청, 서울 건화, 강원도바둑협회, 경기 안산 바둑팀, 고양시 바둑선수단, 의정부 바둑선수단, 인천 에몬스가구, 광주 무돌, 대구 덕영치과, 충남 서해바둑단, 충청북도 바둑팀, 함양군 바둑선수단 등 12개 팀이 출전한다. 각 팀당 선수 4명(40세 이상 시니어 1명, 여자선수 1명 반드시 포함)으로 구성되며 3월부터 8월말까지 12개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정규 리그 66경기 264국, 포스트시즌 경기 15국을 치러 최종 챔피언을 가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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