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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 네트워크 이론으로 풀어보는 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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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 네트워크 이론으로 풀어보는 국제정치

입력
2012.01.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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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권민주 외 지음·김상배 엮음/한울아카데미 발행·424쪽·3만3,000원

점(노드)과 점, 두 점을 잇는 선(링크). 네트워크는 이 노드와 링크에서 시작된다. 수억, 수십억 개의 연결선이 만드는 네트워크는 노드와 링크의 총합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 시너지효과를 만든다. 수학과 과학 분야 이론인 네트워크 이론은 이제 경제학과 사회학 등 사회과학 분야까지 활발히 적용된다.

<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 는 이 네트워크 이론을 국제정치 분야에 대입한 책이다. 권민주 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대학원생 6명은 정치적 시너지효과를 만드는 네트워크가 실제 생활에서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란 점에 주목하며 이 네트워크들의 복합적인 효과를 분석한다.

네트워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거미다. 네트워크 시대의 상징인 인터넷의 '웹(월드 와이드 웹)'도 거미줄에서 그 용어가 유래했다. 거미줄은 거미 혼자 친다. 네트워크를 만드는 주체가 하나다. 책은 국가 주도의 네트워크를 이 거미줄에 비유한다.

1장은 21세기 정부 주도의 네트워크, '거미줄 치기의 국제정치'를 소개한다. 최인호는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그는 네트워크 이론, 사회연결망 분석 등을 통해 9ㆍ11 이후 미국의 네트워크 전략을 '다양한 노드를 엮는 과정에서 발휘하는 집합권력, 네트워크상의 중심성을 확보하려는 위치권력, 세계질서 프레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갖게 괴는 설계권력 등을 복합적으로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민간 차원의 네트워크와 그 정치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책에서는 이를 여러 마리의 꿀벌들이 협업해 만드는 '벌집'에 비유한다. 그런 벌집 짓기 사례들을 분석한 2장에서 권민주는 국제앰네스티 같은 초국적 민간 네트워크를 통해 인권운동이 조직의 형태 변화, 나아가 인권담론 자체의 변화가 발생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세계정치에서는 거미줄 치기로 비유되는 네트워크 현상과 벌집 짓기로 비유되는 네트워크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3장은 정부, 민간 네트워크가 동시에 작동하며 벌어지는 국제정치현상을 다룬다. 송태은은 천안함 사건을 통해 이를 분석한다. 당시 민간 네트워크들이 정부의 대항담론을 형성하며 천안함 사건은 복합적인 신뢰게임의 양상을 띠게 됐다. 이에 한국정부가 논의의 장을 국제무대로 끌고 갔는데, 주변 국가들은 진실 추구보다 국가적 득실관계와 정치적 전략에 의거해 자국의 입장을 견지했고, 결국 한국 정부는 자기 주장을 지지하는 세를 규합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책은 이런 사례들을 통해 세계정치 변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미줄'과 '벌집'의 효과를 복합적이고 유연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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