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멀티방, 10대 청소년들의 '性해방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멀티방, 10대 청소년들의 '性해방구'

입력
2012.01.19 17:34
0 0

19일 오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 한 멀티방. 안으로 들어가자 'ㄷ'자 모양의 좁은 복도를 따라 1평 남짓한 방 15개가 나왔다. 문이 살짝 열린 빈 방의 바닥에는 기대거나 누울 수 있도록 매트리스와 쿠션 등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영화 노래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대형 TV 스크린도 걸려 있었다. 하지만 손님이 들어간 방은 블라인드가 쳐져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아르바이트생은 "가끔 단속이 나와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을 절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멀티방을 이용하고 나가던 고등학생 커플은 "오후 10시 이전에는 거리낄 게 없다. 영화 노래도 있지만 멀티방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스킨십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분 뒤 신촌역 부근 한 공원에서 만난 고교생 안모(18)군은 "멀티방에서 지난달 중순까지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30여 차례 가졌다"고 거리낌 없이 털어놨다. 그는 또 "청소년방의 경우 문을 못 잠그게 돼 있지만 종업원이 방으로 들어올 땐 인터폰으로 신호를 주기 때문에 들킬 염려가 없다"며 "영화 소리를 크게 하거나 노래를 틀어놓으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외부에선 전혀 모른다"고 했다.

최근 10대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건전한 여가 선용 공간으로 도입된 멀티방이 청소년 탈선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멀티방은 2, 3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방에서 노래 영화 게임 등 여러 오락을 한 시간에 1만~2만원 정도면 즐길 수 있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신촌, 명동, 건대 입구, 대학로 인근에선 수십m마다 1개 꼴로 멀티방이 들어설 정도로 호황이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10대의 성 해방구가 됐다. 미성년자의 경우 멀티방에선 문 잠금장치나 블라인드가 없는 '청소년방'만 이용하도록 돼 있다. 취재진이 신촌과 건대입구 일대 멀티방 10여곳을 확인한 결과 규정과 달리 청소년방 중 블라인드가 걷힌 곳은 하나도 없었다.

한 고교생은 "오후 10시가 넘으면 신분증 검사를 자주 하니 차라리 마음 놓고 성관계를 할 수 있는 10시 이전 청소년 출입 가능시간에 주로 간다"며 "멀티방 직원들도 고등학생들이 와서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다 안다"고 말했다.

멀티방을 찾는 청소년들이 성인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간단한 성인 인증만 거치면 바로 19세 이상 관람가 성인영화를 볼 수 있다. 심지어 체인 형태로 운영되는 M멀티방의 경우 그런 형식적인 인증 절차도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성인물을 시청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땅한 대책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성행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키스방, 유리방과 달리 아직 멀티방은 유해업소로 규정되지 않았다"며 "갑자기 단속이나 순찰 활동을 하면 업주가 영업방해라고 민원을 내 무턱대고 쳐들어가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멀티방 관련 제도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청소년의 멀티방 출입을 금지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이 개정돼 올 7월부터 시행된다"며 "개정된 법에 맞춰 멀티방 등의 내부 시설 기준도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