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다 지상에 설치된 민간항공기 관제용 안테나와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군은 전적으로 조종사 과실이라고 판단, 관련자 3명을 징계했다.
19일 공군에 따르면, 충남 서산 공군기지 소속 KF-16D전투기가 지난해 8월29일 밤에 충북 청주 공군기지에 착륙을 시도했다. 당시 전투기는 유사시 적의 공격으로 기지운영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다른 공군기지로 전력을 이동시키는 '타기지 전개훈련' 중이었다. 공군에서 수시로 하는 주요 훈련 중 하나다.
전투기 전방석에는 A 중위, 후방석에는 교관인 B 소령이 타고 있었다. 조종사들은 활주로 양쪽을 밝히고 있는 불빛을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낮췄다. 하지만 조종사가 쳐다보고 있던 불빛은 활주로 시작지점에 있는 유도등이 아니라 활주로 너머에 있는 경고등이었다. 그대로 착륙했다가는 전투기가 활주로 밖으로 곤두박질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뒤늦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챈 조종사들이 황급히 전투기의 고도를 높여 대형사고는 면했지만, 지상에 설치된 안테나와 충돌했다. 충격으로 안테나는 박살이 났고, 뒤따라 착륙을 시도하려던 다른 전투기들은 앞선 전투기의 갑작스런 이륙에 놀라 한동안 상공을 선회해야 했다.
파손된 안테나는 윗부분이 TV안테나 모양으로, 활주로 끝부분 바닥에 고정시켜 민항기가 뜨고 내릴 때 관제탑과 교신할 수 있도록 설치된 안테나였다. 청주기지에는 민간공항도 함께 있어 중요한 시설이다. 다만 민항기 이착륙이 없던 밤시간대여서 승객들의 불편은 없었다.
공군은 지난해 11월 10일 작전사 부사령관 주관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B 소령은 공중근무 자격정지 3개월, A 중위와 소속 비행대대장인 C 중령은 경고처분을 내렸다. 400만원 상당의 지상안테나도 관련자들이 개인비용으로 변상해 복구토록 했다.
공군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어이없는 사고"라며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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