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에도 '공정성의 결여'가 우리 사회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각종 기회의 불평등과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궁극적 목표인 '행복한 사회'는 요원하다는 것.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스스로 신뢰를 잃어 가는 언론의 공정성 회복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가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각계 전문가 19명에게 의뢰해 19일 제출받은 '2020년 한국사회의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한 미래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우리 사회의 공정성 수준은 10점 만점에 3.61점에 그쳤다. 경제 발전에 걸맞은 수준(5점)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포용성(다른 민족ㆍ계층ㆍ가치에 열려있는가ㆍ3.98점), 안전성(인구ㆍ경제ㆍ안보 등 문제에 대비돼 있는가ㆍ4.10점), 창의성(산업ㆍ인재ㆍ기술 등으로 얼마나 창의가 발현되는가ㆍ4.23점) 등 다른 측정지표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진은 다른 지표의 경우 2020년에는 모두 기준점(5점)을 넘어설 것으로 봤지만 공정성은 4.92점으로 여전히 평균에 미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도층의 준법수준(4.83점), 정부-재계 관계의 투명성(4.29점), 지도층 인사 공정성(4.71점),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 수준(4.48점) 등의 지표도 기준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는 무엇보다 지도층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이다. 웬만한 노력으론 미래에도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회의도 짙게 깔려 있다. 연구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일반인들도 "드러나지 않지만 부정을 저지르는 지도층은 훨씬 많을 것", "매번 자식들 군대 안 보내려고 빼고, 법에 걸리면 돈으로 해결하려 하고 정말 엉망이다"라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엘리트주의와 서열화 철폐를 겨냥한 공정성 확립이 정책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의 공정성도 의심받았다. 2011년 3.5점으로 평가된 '계층간 이동 가능성'은 2020년에도 4.05점에 그칠 전망이다. '학벌 중시 문화'(2011년 2.57점→2020년 4.48점)도 고질병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4만원에서 10년 후 35만원까지 오르고 사립대 연간 등록금도 742만원에서 853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경제형편에 따른 교육기회 불평등도 우려했다.
보고서는 언론의 공정성 회복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언론이 전하는 공정성에 기반한 가치가 구성원들을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 현재의 언론은 공정한 사실 전달 대신 보수와 진보 진영의 이익을 대변하며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재정부는 이번 연구를 올 하반기 발간 예정인 미래전략보고서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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