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같은 맛이지만 몸에 해롭지 않다고 광고해 온 전자담배에서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등이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시중에 유통되는 73개 업체의 121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평가한 연구 결과, 조사대상의 68%인 82개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인 디에틸프탈레이트(DEP), 15개 제품에서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DEHP)가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2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도 검출됐다.
최종희 복지부 금연정책태스크포스팀장은 "이들 성분의 함량이 어느 정도 유해한지는 사람마다 흡입량이 달라 단정할 수 없으나 DEP나 DEHP는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키고 아세트알데히드는 폐, 만성호흡기, 신장 등에 독성으로 작용한다"며 "지속적으로 흡입하면 인체에 유해하다"고 설명했다.
극소량이긴 하지만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니트로사민도 4개 제품에서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일반 담배의 1,000분의 1 수준이지만,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극미량이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이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독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일반 담배에는 없는 유해물질인 트리에틸렌 글리콜, 테트라에틸렌 글리콜, 펜타에틸렌 글리콜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 함량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인 전자담배도 있었다. 제품별로 1㎖당 0.012㎎에서 36.15㎎까지였는데 일반 담배로 따지면 0.24~723개피의 수준이다. 최 팀장은 "성인을 기준으로 니코틴 치사량은 40~60㎎"이라며 "인체에 아주 위험한 제품도 유통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의 45%는 겉봉에 표기된 니코틴 함량과 실제 들어있는 양이 달랐다.
이런데도 전자담배를 관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법적으로 전자담배를 무엇으로 볼지를 규정하지 못한 탓이다. 전자담배가 처음으로 중국에서 수입되기 시작한 2009년 법제처가 '전자담배도 담배'라고 유권해석을 내려 수입ㆍ판매가 허가됐을 뿐이다. 현재 국회에는 전자담배를 담배로 못박는 담배사업법ㆍ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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