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유례 없는 검찰의 국회의장 비서실 압수수색으로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 거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친정인 한나라당마저 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류가 강한데다 검찰의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돈 봉투는 모르는 얘기"라며 버티기를 하고 있는 박 의장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회의장 비서실 등을 들이닥친 19일 박 의장은 한남동 의장 공관에 머물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권을 해외 순방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정의화 국회부의장에 넘겨준 채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도 불참했다.
박 의장 측은 "의장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만큼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박 의장은 귀국 회견에서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의장직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란 취지로 언급했다. 하지만 박 의장의 칩거가 길어지면서 박 의장의 결단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여야의 '의장직 사퇴 촉구 결의안'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우군이 전무한 현실을 감안할 때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의장의 한 측근은 "며칠 동안 당내 여론을 지켜본 뒤 거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압수수색을 지켜보던 의장실 관계자들은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은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며 비서실 문을 닫는 등 언론 접촉을 피했다. 의장실의 한 관계자는 "비록 의장 집무실은 이번 압수수색에 제외됐다곤 하지만 의장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며 "치욕의 날"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압수수색 직후 박 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윤원중 국회 사무총장과 1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문제는 국회 문제"라며 원내대표 역할을 강조한 만큼 황 원내대표가 박 의장 측과 물밑 조율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황 원내대표는 "오후 열리는 본회의가 잘 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를 나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황 원내대표는 "박 의장 본인이 정치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최고의 전문가이니까 정치적 결단을 할 것으로 보고 기다려 보는 것"이라며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사퇴촉구결의안 등에 대해 얘기를 계속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의장직 사퇴촉구결의안'을 제출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서 "잘못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잘못을 덮고 가는 것"이라며 박 의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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