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자동차 강대국이다. 연간 약 38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그 중 약 261만대를 수출한다.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 역시 1,800만여 대에 육박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 또한 최근 5년간 급격히 성장해 신규 수입 자동차 등록 대수가 5만 여대에 불과했던 2007년에 비해 2011년에는 그 두 배인 10만대를 돌파했으며, 최근 들어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대한민국을 재평가하고 있을 만큼 자동차 판매량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강대국임이 분명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자동차 강대국에서 진정 자동차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을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자동차 문화가 발전하였음은 분명하지만, 아직 대한민국에는 자동차 5대 강국에 걸 맞는 올바른 자동차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다는 것 또한 인정 해야 할 사실이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자동차 문화의 발전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이나 교통 환경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2010년 교통사고 사상자수는 사망이 5,505명, 부상은 35만 여명에 육박한다. 노인 교통사고 사망건수의 경우 지난 3년간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이 1위를 기록했음은 물론, 2009년도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순위는 OECD 회원국 32개국 중 29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필자도 인정하기 싫지만, 실제 대한민국 도로에서의 운전 상황을 떠올리면 위와 같은 수치가 나올 수 밖에 없음을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운전자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과속과 급정거를 일삼는 난폭 운전자를 찾는 것은 규정속도를 준수하는 운전자를 찾는 것보다 더욱 쉽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도 않은 채 끼어들기를 일삼는가 하면, 방향 지시등을 켜고 서서히 차선 변경을 시도하는 차에게 양보는커녕 상향등을 키고 달려드는 운전자도 상당수다. 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위협하듯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선을 무시하고, 보행자 신호가 끝나기도 전에 출발하는 무례한 운전 습관들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아닌 약간 뻔뻔한 행동 정도로만 자리잡아 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행동들이 올바른 운전 문화 자체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는 것에 있다.
그래도 예전 산업화 시기에 비하면 자동차 문화가 매우 개선되었다고 합리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상황에 만족할 수는 없다. 내 가족, 내 친구가 도로 위에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안전 운전 법규를 따르고 올바른 운전문화를 습관화하도록 개개인의 운전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증권계의 미다스의 손 워렌 버핏은 10여 년 전 조급해하는 투자자들에게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기본’을 지키면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간단한 한 문장은 이후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이성적인 투자를 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왔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현재 2009년에 이어 ‘올바른 드라이빙을 위한 생각’이라는 주제로 자동차 문화 선진화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에 있다. 캠페인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바는 기본을 지키는 운전 습관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올바른 운전 습관을 통해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줄여 친환경적인 드라이빙을 실천하는 데 있다. 시작하는 것이 귀찮고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 목표를 나 혼자만을 위해서가 아닌 내 가족, 내 친구를 위해서 나의 작은 실천이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실천 자체가 매우 값지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50여 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움 한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적인 자동차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왔다. 자동차 산업이 단기간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듯이 자동차 문화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박동훈ㆍ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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