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시 낭송 콘서트가 대수로울 것은 없지만 유료 공연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시 낭송 행사야 책 출간 홍보 행사나 지자체 문화 행사, 또는 친목 도모 차원에서 열리는 것이 대부분. 돈을 받는 정식 유료 공연으로, 그것도 개인 이름을 내건 콘서트 형식은 아직 낯설다. 이런 상황에서 시 낭송가 김경복(42)씨가 시 낭송을 공연의 한 장르로서 당당하게 대학로 무대에 올렸다.
18일 오후 서울 동숭동 창조아트센터. '시와 음악이 있는 김경복 시 낭송 콘서트'가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주제로 부모님의 헌신적 사랑을 담은 시편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낭송됐다. 낭송된 시는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멀리 가는 물', 나희덕의 '오분간', 이해인의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 정호승의 '아버지의 나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 15편. 김씨가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는 동안 플루트 연주, 무용, 첼로 연주, 난타 공연 등이 어우러졌다. 입장료는 2만5,000원.
지난해 11월 부모님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연 시 낭송 행사를 본 지인들의 권유로 정식 공연을 확대된 것이다. 김씨는 "대학로에서 개인 공연 형태로 시 낭송 콘서트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며 "시 낭송도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가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는 등 시 낭송가로 활동해온 지는 11년. 재능시낭송협회, 전국시낭송가협회 등 단체들이 경연대회를 열어 입상자들에게 시 낭송가 인증서를 주고 있는데, 김씨는 2000년 재능시낭송협회 대회에 참여해 동상을 받았다.
김씨는 "시 낭송 속에서 따뜻한 봄바람과 향기로운 꽃내음 등을 다 느낄 수 있어 오감이 들어 있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마음의 상처를 시 낭송을 통해 치료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 낭송이 마음을 정화하는 부분이 있다"며 "요즘 학교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낭송 문화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1일부터 시작된 공연은 25, 26일, 2월 1일까지 모두 여섯 차례 열린다. (02)747-7001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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