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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 없는 전쟁… 그냥 1승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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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 없는 전쟁… 그냥 1승이 아니야

입력
2012.01.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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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또 다시 비탄에 빠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열린 2011~12 코파 델레이(스페인 국왕컵) 8강 1차전에서 '불구대천의 라이벌'FC 바르셀로나에 1-2로 역전패했다. 이날 승리로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와 펼친 역대 '엘 클라시코'에서 공교롭게도 86승45무86패를 기록하는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11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선제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들어 카를레스 푸욜과 에릭 아비달에 연속 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후반 32분 절묘한 패스로 아비달의 역전 결승골을 배달하며 '레알 마드리드 킬러'임을 확인시켰다.

'엘 클라시코(El Clasico)'로 불리는 양팀의 대결은 지구촌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꼽힌다. 정치ㆍ사회적으로 대립을 반복해온 카스티야(마드리드)-카탈루냐(바르셀로나)의 지역 감정까지 겹쳐 양쪽 지방의 '대리전' 양상을 띄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2009년 이후 거액을 들여 슈퍼스타를 영입하고 2010년 명장 주제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것은'타도 바르셀로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마드리드는 2008~09 시즌 무관에 그친 반면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사상 초유의 '트레블(스페인 정규리그, UEFA 챔피언스리그, 코파델레이)'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마드리드는 이후에도 바르셀로나에 맥을 못추고 있다.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스페셜 원'으로 불리는 명장 주제 무리뉴도 '엘 클라시코'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해 마드리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0년 이후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승3무5패의 처참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호날두는 지난해 12월 '엘 클라시코'에서 최악의 부진을 보인 후 홈 팬들의 야유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루이스 피구의 이적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원한 관계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95년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피구는 5시즌 동안 주축 미드필더로 홈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2000년 '스타 모으기'에 혈안이 된 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아웃 조항을 이용, 5,600만달러의 천문학적 몸값을 지불하고 피구를 빼앗아 갔다. 바르셀로나가 '설마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할 팀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레알 마드리드에는 돈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 팬들의 충격은 엄청났다. 피구에 대한 바르셀로나 팬들의 분노는 그가 2002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누캄프에 등장했을 때 확인됐다. 경기장에는 피구를 저주하는 현수막으로 도배됐고 피구는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병에 얻어 맞았다. 심지어 피구가 코너킥을 차려고 준비할 때 그라운드에 돼지머리가 날아들기까지 했다.

'엘 클라시코'에 비견할 만한 적대적인 라이벌로 미국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F)를 꼽을 수 있다. 뉴욕을 연고로 하던 시절(브루클린 다저스-뉴욕 자이언츠) 시작된 양팀의 앙숙 관계는 캘리포니아주로 나란히 연고지를 이전하며 120여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양팀은 '너에게 만은 질 수 없다'는 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다. 1993년 SF는 정규리그에서 103승을 거두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다저스가 고춧가루를 뿌린 때문이다.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진 다저스는 정규리그 최종일 총력전을 펼쳐 SF를 12-1로 꺾었다. 이날 패배로 SF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한 게임 차로 뒤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놓쳤다.

2003년 9월 다저스타디움 주차장에서 피트 마론이라는 다저스 팬은 SF팬 마크 안테노 크루스를 말다툼 끝에 총격 살해했다. 당시 경기에서 다저스는 4-6으로 졌다. 지난해 4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브라이언 스토우라는 SF 팬이 다저스 팬에 집단 폭행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 밖에 이탈리아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AC 밀란-인터 밀란, 미국프로농구리그(NBA)의 보스턴 셀틱스-LA 레이커스의 앙숙 관계도 유명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피츠버그 펭귄스의 라이벌전은 '펜실베니아의 전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격렬하다.

1990년대 피츠버그의 최고 스타였던 야로미어 야거(체코)는 2008년 러시아리그로 이적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NHL에 복귀, 피츠버그 팬들의 공분을 샀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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