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하고 백년 동안 함께 살거에요."
인천 남동구 간석3동에 위치한 허름한 단독주택의 2층 단칸방. 3평 남짓한 방에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배기 한결이와 할아버지 한판동(53)씨가 살고 있다. 한결이의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는 25년 전부터 중풍처럼 온 몸이 계속 떨리는 희귀 난치병인 본태성진전을 앓고 있어 거동하기도 불편하다. 한결이네 방에 들어서면 외풍이 심해 방안에서도 입김이 날 정도다. 살림살이라곤 작은 텔레비전과 문짝 없는 낡은 장롱, 서랍장이 전부다. 벽지는커녕 곰팡이가 온 방안을 뒤덮고 있어 유관으로도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이 같은 불결한 위생상태에서 한결이는 몇 년 전부터 폐렴을 앓고 있어 할아버지를 더욱 안쓰럽게 하고 있다.
한결이가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 것은 2004년 가을. 당시 생후 100일밖에 안됐던 한결이는 부모가 가출하면서 인천에 사는 친조부모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그 당시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할아버지를 대신해 살림살이를 꾸려 간 것은 할머니였다. 생기를 잇기 위해 식당일과 잡일도 마다하고 하며 하던 할머니는 2010년 2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어린 한결이와 병든 할아버지의 삶은 더욱 막막해졌다.
"결이 할머니가 죽자 살길이 암담했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끼니를 굶고…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어요. 또 단칸방이 환기가 되지 않아 곰팡이가 생겨나면서 기관지가 약한 손자 결이가 폐렴을 앓아야 했어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한씨와 한결이는 지금 주민센터(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한달 70만원의 지원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살림이 빠듯하고 어렵지만 한결이의 표정은 밝고 해맑기만 하다. 또래 아이들보다 활발하고 매사에 인사성도 밝아 이웃의 귀여움을 받는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내고장사랑재단은 이런 딱한 처지에 있는 한결이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집 도배를 해줬다.
한씨는 "주변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며 "올해는 유일한 혈육인 결이를 잘 돌볼 수 있게 몸이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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