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매원고 특수학급 3학년에 올라가는 곽영근(18) 군은 희귀 난치성 질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 근육에 단백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팔과 다리 근육이 굳어져 가다 종내에는 움직일 수 없게 되는 희귀병이다.
영근이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잘 넘어졌다. 부친 곽인영(53)씨는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03년 병원에서 영근이가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았다.
영근이의 병 간호를 위해 곽씨는 재직 중이던 금속제조업체를 그만뒀다. 영근이가 4살 되던 1998년 아내와 이혼한 상태라 영근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곽씨는 매일 아침 몸무게가 80㎏이나 되는 영근이를 업고 학교로 간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영근이가 수업 중에 화장실에 갈 수 있어 교실 주변에서 기다린다. 점심시간이 되면 영근이의 식사를 돕는다.
그런 아빠를 생각해 영근이는 일부러 물을 조금만 마신다. 화장실에 가는 회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곽씨의 이런 정성도 영근이의 병세의 악화를 막지는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두 다리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아 휠체어 신세를 졌고, 7년이 지난 지금은 숟가락을 드는 것 조차 어려운 상태다.
이런 영근이네 집에 희망의 햇살이 한줌 비추게 됐다. 내고장사랑재단이 새 전동휠체어와 생계비 3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곽씨는 "형편이 어려워 병원도 자주 데려가지 못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영근이가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깥 출입이 어려운 영근이에게 가장 친한 벗은 낡은 노트북 컴퓨터다. 영근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마우스와 자판을 움직이는 일이 쉽진 않지만 컴퓨터를 통해 익명의 친구들과 대화하고 게임도 즐기며 온라인 세상을 마음껏 뛰논다. 그래서 영근이의 장래희망은 '컴퓨터 그래픽디자이너'다.
영근이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진 못하지만 웹 세상에서 마음껏 색칠을 하고 디자인도 하며 꿈을 펼쳐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수원=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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