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내고장사랑재단, 일곱 살 성현이네 난방용 기름 등 지원/ "따뜻한 물로 세수하는 친구들 부러웠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내고장사랑재단, 일곱 살 성현이네 난방용 기름 등 지원/ "따뜻한 물로 세수하는 친구들 부러웠어요"

입력
2012.01.19 11:04
0 0

충북 보은동광초교 1학년생인 박성현(7)군은 겨울이 싫다. 성현이가 사는 집은 35년 전에 지어진 조립식 주택. 그 동안 한 번도 수리를 하지 않아 슬레이트 지붕 한 귀퉁이가 내려앉고, 벽도 곳곳이 갈라져 있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 성현이에게 겨울은 고난의 시기다. 칼바람을 막으려고 갈라진 벽과 틈을 신문지로 발랐지만 추운 날에는 방안에서 물이 얼 정도로 냉기가 가득하다.

사실 성현이 집에는 기름보일러가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처지라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기름보일러는 '그림의 떡'이다.

성현이는 그래서 방안에서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지만 감기를 달고 산다. 겨울철이 싫어지면서 좋아하던 눈싸움도 귀찮아졌다. "친구들이 튼 손을 볼까 봐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성현이는 "따뜻한 물로 세수하는 친구들이 제일 부럽다"고 했다.

하지만 성현이는 부모님께 투정을 부린 적이 없다. 장애가 있는 부모님에게 또 다른 걱정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다. 성현이의 아버지(48)는 지적장애(2급)ㆍ지체장애(5급)ㆍ만성신경장애를 갖고 있고, 어머니(32)는 지적장애(2급)와 언어장애가 있어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말수가 적은 성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더 무뚝뚝하고 의기소침해졌다. 입학 전 병원에서 아버지와 같은 만성 신경장애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복용한 지 1년이 넘었다.

이런 성현이네 가정에 설을 앞두고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내고장사랑재단이 주관하는 '2012 설맞이 나눔캠페인' 수혜 대상자로 선정돼 난방용 기름 1,600리터(216만원 상당)와 병원교통비(택시비ㆍ월 8만원)를 받게 된 것이다. 내고장사랑재단은 앞으로 성금을 더 모금해 성현이네 집을 개ㆍ보수해 주기로 약속했다.

지난 주에는 인기 걸그룹 SES의 멤버 슈가 희망전령사로 성현이 집을 찾았다. 고장 난 자전거를 본 슈는 성현이를 보은 읍내 자전거대리점으로 데려가 새 자전거를 선물했다. 체인이 없는 고물 자전거를 한쪽발로 밀고 다니던 성현이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은 재래시장에서 떡볶이를 사먹고, 고기 야채 등 저녁찬거리 장도 봤다. 슈는 직접 양념불고기를 요리해 푸짐한 저녁상을 차렸다. 성현이에게는 기쁨과 희망을 품은 하루였다.

보은=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