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뒤발리에(60) 전 아이티 대통령은 저녁이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부촌 페티옹빌의 레스토랑에서 지지자들과 만찬을 즐긴다. 1986년 민중봉기로 독재자 자리에서 쫓겨나 25년간 프랑스에서 망명생활을 했을 때 느꼈던 파리의 분위기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복구가 지지부진하면서 ‘보트피플’이 된 국민은 목숨을 건 탈출을 할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하지만. 지진의 혼란을 틈타 2011년 1월 아이티로 돌아온 뒤발리에는 세탁한 불법자금으로 대통령에 버금가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보도했다.
지난주 경찰의 호위까지 받으며 정부가 주최한 지진 2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발리에는 미셸 마르텔리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환대까지 받았다.
뒤발리에 독재 시절 체포돼 9개월간 구금된 바비 뒤발은 뒤발리에의 호사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 디망쉬 수용소에서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수없이 목격했다”며 “언제 내 차례가 될지 불안에 떨었다”고 회상했다.
뒤발리에는 지난해 귀국 직후 인권유린 및 반인륜죄, 공금횡령죄 등 3가지 혐의로 기소돼 가택연금에 처해졌지만, 법원은 그에 대한 재판회부 여부를 수개월째 미루고 있다.
피해자들은 “권력자가 처벌받지 않는 역사를 끝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꽃이 필 수 있다”며 뒤발리에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권이 뒤발리에를 감싸고 있고, 국제사회도 침묵하고 있어 단죄는 쉽지 않다.
마르텔리 대통령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지금은 서로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WP에 말했다. 케니스 메르텐 아이티 주재 미 대사도 “아이티 법원과 국민의 문제”라고 발을 뺀다.
뒤발리에는 반성은 커녕 재집권의 야욕마저 보인다. WP는 “아이티에서는 소수의 집단이 권력을 잡고 있어 많은 정치인들이 뒤발리에와 유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25세 이하 젊은이들이 독재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관광으로 번성했던 지난 시절에 막연한 향수를 갖고 있는 것도 독재 청산의 걸림돌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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