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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3주기/ 재개발 세입자 대책은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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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3주기/ 재개발 세입자 대책은 제자리 걸음…

입력
2012.01.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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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아현동에서 열 평 남짓한 곱창가게를 운영했던 이모(49)씨는 70일째 가게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2006년 3월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이씨는 북아현 뉴타운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가게에서 쫓겨났다. 권리금 3,000만원에 인테리어까지 총 7,000만원을 들여 일궈놓은 가게였지만 재개발조합이 의뢰한 감정평가사는 영업 손실 보상금을 겨우 2,700만원으로 평가했다. 게다가 강제철거를 막던 이씨의 부인은 돌 더미에 왼쪽 다리가 깔리고 대못이 박혔지만 치료비는커녕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이씨는 "생계수단을 잃었으니 온 가족이 죽게 생겼다"며 "이 돈으로 어디 가서 새로 장사를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강제 철거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던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한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20일로 3년. 하지만 재개발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폭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2009년 12월 홍익대 앞 칼국수 집 '두리반'부터 2010년 왕십리 뉴타운, 2011년 상도동과 명동 카페 '마리'까지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제발 살려 달라"는 세입자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용산참사의 근본 원인이기도 했던 상가 세입자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대책과 제도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상 대책의 핵심은 권리금이다. 국내 대부분의 상가 세입자들은 상권 자체에서 얻는 이익 등 무형의 가치까지 계산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권리금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재개발이 진행되면 보상금 감정 기준에서는 빠진다. 결국 상가 세입자들은 권리금을 받기 위해 항의하고, 물리적 폭력이 난무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용산참사 직후 정부는 상가 점포 권리금 법제화 등 각종 대책을 이야기했지만 현실화한 것은 없다. 참사 직후 권리금 문제를 입법화하겠다던 국회도 잠잠하긴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바뀐 것은 영업 손실 보상금 지급 기준을 기존 3개월 치에서 4개월 치로 늘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 그러나 철거민에게는 '언 발에 오줌 누기'격이다.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 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철거민들이 원하는 것은 비슷한 조건에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영업 손실 보상금 1개월 치를 더 늘린 게 대책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권리금 보상 법제화와 재개발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권리금은 무형의 권리라 어느 수준까지 보상해야 할지는 법리적으로 매우 애매하지만 법무부가 나서서 권리금 종류와 성격에 따른 보상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위치, 장비ㆍ설비, 단골의 정도 등 장사를 잘 해서 늘어난 무형의 가치 등 3가지로 권리금 보상 기준을 삼아 장비ㆍ설비 권리금은 감가상각을 적용하고 위치에 따른 평가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국장은 "건물 소유주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시작할 수 있는 현행 재개발 동의율을 대폭 높이면 세입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조합 측과 보상에 대해 합의를 할 수 있어 재개발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은 18일 불법 철거 및 폭력 행위를 막고 재개발 시 재정착 대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강제퇴거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발의했다. 이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돈 중심으로 재개발을 하는 곳은 없다"며 "강제퇴거금지법이 통과되면 철거민들의 기본 권리를 보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8대 국회는 사실상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어 19대 국회에서나 입법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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