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의 이미지로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을 표현해 온 '동그라미 화가' 정현숙(대진대 미술학부 교수)씨가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비앤빛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다음달 18일까지 한달간 계속되는 전시회에선 그의 일관된 작품 제목인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를 주제로 32점을 선보인다. 전시회를 위해 1년 간 준비한 신작이 대부분이다.
이색적인 전시회 장소가 두드러진다. '비앤빛갤러리'는 안과 옆에 딸려 있는 전시 공간으로 지난해 5월 개관했다. 갤러리 이사장인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이 치료 후에 아름다운 작품을 좀 더 선명히 보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갤러리를 열었다"고 말했다.
정씨가 병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여는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재작년에 서울아산병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을 때 휠체어를 타고 그림을 보러 오는 환자들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며 "병원 갤러리에서 여는 전시회라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고 더욱 뜻 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씨 작품의 첫인상은 '빛이 난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였다. 재료로 사용하는 자개 때문이다. 전시장 입구부터 빛에 반사된 자개에 눈이 부셨다. 전시 주제도 '역사에 빛을 더하다'다.
정씨가 물감을 주로 사용하다 자개로 눈을 돌린 것은 6년 전, 자개 가구를 디자인하는 작업을 맡은 이후부터였다. "자개는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져요. 페인팅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오묘한,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게 자개의 매력이죠."
화려한 만큼 손이 유난히 많이 간다. 정씨가 스스로를 "화가보다는 장인에 가깝다"고 할 정도다. 자개를 1㎝ 내외의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 등으로 잘게 잘라 가로 세로가 각각 100㎝인 캔버스 위에 붙이는 작업은 오랜 시간과 세밀한 계산을 요구한다. 이런 방식으로 형상화하는 대상은 주로 달항아리, 청화백자, 원, 나비, 꽃 등 전통적 이미지나 자연물이다. "전통적 재료와 소재를 이용하더라도 얼마든지 현대적 감각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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