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연루의혹 등이 제기된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은 수법만 보면 전형적이고 의의로 단순하다. 대부분의 해외자원개발업체가 그렇듯, 실체가 불명확한 자원개발 가능성을 호재로 부풀리거나 허위로 공개한 뒤 치고 빠지는 식이다.
다만, CNK는 자신들의 어수룩한 정보를 믿게 하기 위해 외교통상부 등 정부기관을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일정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 매장량이 당초 보고서보다 과장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공신력 있는 기관을 허위로 끌어들여 지속적으로 시장을 농락했다.
18일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CNK의 다이아몬드 매장량 뻥튀기는 2009년 1월 22일 시작됐다. 당시 CNK는 탐사권리를 보유한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의 매장량을 조사하면서 존재 여부만 측정하는 수준의 기초탐사만 실시했고, 추정매장량 산정 역시 불리한 표본은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 세계 연간 생산량의 2.5배나 된다는 추정매장량(4.2억 캐럿)은 애초부터 거짓이었다는 얘기다.
CNK 대표 오덕균씨는 과장된 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소액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돈을 끌어 모았다. 2009년 8월과 12월 두 차례 현지 발파탐사를 진행, 추정매장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자체 작성한 첫 탐사보고서를 '유엔개발계획(UNDP) 조사결과' 및 '충남대 탐사팀의 탐사결과'라고 거짓 포장한 뒤 언론 등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급기야 2010년 7월 대외업무 창구(고문)로 영입한 외교부 차관 출신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에게 허위 자료를 넘겨줘, 그 해 12월 외교부가 CNK의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발표하게 했다. 다른 곳도 아닌 정부기관이 보증해주니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당시 3,000원대에 그쳤던 CNK 주가는 3주 만에 1만6,000원대로 5배 이상 폭등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1~3분기 흑자 전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뻥튀기 됐다는 의혹과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전ㆍ현직 고위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잇달아 불거지면서 당국의 조사선상에 올랐고, 결국 금융당국에 의해 주가조작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보이지 않은 손'을 찾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CNK는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발표에 강력 반발했다. CNK는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다이아몬드의 부존(존재) 및 포텐셜(가능성)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있으므로 자연히 모든 의문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형사고발 등 민ㆍ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날 CNK 주가는 하한가(7,700원)로 추락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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