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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에서 쫓기는 자로… 삼성, 고민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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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에서 쫓기는 자로… 삼성, 고민 달라졌다

입력
2012.01.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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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열리는 수요 사장단회의. 18일 오전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나온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 사장들의 새로운 고민을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삼성은 선두를 쫓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젠 정상에 올라 쫓기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위치가 달라진 만큼 사고도, 시각도, 전략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종전까지는 1등을 향해 뛰어가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 족했다. 하지만 이젠 1등이 되었기 때문에 추월 당하지 않으려면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위치(first mover)가 된 것이다. 진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 수뇌부는 요즘 새로운 사고, 새로운 전략 도출에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관해 이건희 삼성전자회장이 일단 화두는 던진 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전자전시회 'CES 2012'를 둘러 본 뒤 삼성 사장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했는데, 바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더불어 "우리가 앞서는 것이 있지만 더 앞서가야 한다"며 "(전시회에 선보인) 이 정도로는 안되고, 더 깊고 멀리 미래를 보고 완벽한 기술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재 하드웨어(제품)에 관한 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IT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반도체 LCD 말고도 TV에서 소니를 제치고 정상에 섰고, 지난 해엔 마지막 고지였던 휴대폰마저 노키아를 누르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에서도 이미 선두 애플을 제친 상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TV와 휴대폰에서 1위에 오른 건, 반도체 LCD와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 LCD는 기본적으로 부품이다. 부품은 기술력만 있으면 1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TV나 휴대폰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비제품이다. 기술만으론 1등이 될 수 없으며 성능 디자인 등에서 상상력 창의력 감수성이 녹아 들어가야만 정상에 설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이 CES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주문한 건 기술만으론 정상에 설 수 없으며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자일 때는 빠른 기술개발이 최고였고 이를 통해 결국 소니도 애플도 따라잡았지만, 이제 1등에 선 이상 상상력 넘치는 사고, 창의력 넘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는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을 열어 직급, 직책에 상관없이 모인 임직원 30여명이 창의적 제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어느 곳에나 설치 가능한 천문대, 석고를 활용한 온열아이템, 물 절약 시스템 등이 이 자리에서 발굴됐다.

인재영입전략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 데이비드 은(한국명 은상혁) 구글 부사장을 영입한 것이나, 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과 손잡은 것이 그 예다. 데이비드 은 부사장은 세계적 인터넷 기업 구글의 콘텐츠파트너십 총괄 부사장과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의 통신그룹 최고담당자를 지냈다. 삼성 관계자는 "은 부사장은 삼성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경험한 사람"이라며 "앞으로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접목한 사업에 중요한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1등에 섰지만 유지가 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때문에 경영진의 고민은 더 큰 것으로 안다"면서 "기술중심의 기존 삼성문화와 새로운 창의성ㆍ상상력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깊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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