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가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의 법관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2009년 처음 실시한 이래 4년째이나 당초 평가효과로 기대했던 전반적인 법관의 자질이나 태도 개선이 별로 이뤄지지는 않은 것 같다. 공정성, 품위, 친절성, 직무능력 등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평균점수가 2009년 76.38, 2010년 76.44, 지난해 77.73에서 올해는 73.9점으로 도리어 가장 낮게 나타났다. 물론 변호사들의 평가 참여가 높지 않고 직접 이해당사자들이라는 점에서 그 대표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일반의 인식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작지 않다.
첫해부터 줄곧 문제가 됐던 판사답지 않은 언행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피고인이나 변호사를 아랫사람인 양 하대하거나, 심지어 비인격적 모욕과 조롱을 일삼는 일부의 태도는 그대로였다. 이런 태도는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판사, 나아가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린다. 또 재판과정에서 함부로 드러내는 차별과 편견은 재판결과를 예단케 함으로써 판결의 공정성을 회의하게 만든다. 모두가 엄중한 사회적 최종 판단책임을 부여 받은 판사로서는 자질 미달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권고한 내용도 소송관계자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며 편견이나 차별, 모욕으로 느껴질 언행을 삼가라는 것이었다. 판사의 인격과 언행이 재판의 신뢰성, 공정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을 인식한 때문이었다. 실제로 판사가 품위 있는 언행을 하고 친절한 설명과 충분한 변론 및 진술기회를 제공했을 경우에는 피고인이 법정 구속되거나 패소해도 대체로 결과에 승복한다는 사례들도 제시됐다.
법원은 변호사들의 평가를 애써 무시하기만 할 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대법관을 선임할 때 변호사협회의 평가를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지금은 가뜩이나 국가 유지의 최후 보루인 사법 신뢰의 붕괴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 신뢰 회복의 디딤돌로 삼는 게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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