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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건교육과 학교폭력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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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건교육과 학교폭력 예방

입력
2012.0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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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아이들에 대한 동화적인 시각이 순식간에 극단적인 처벌론으로 돌변하고, 상담교사 배치가 만성 통치약처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예산과 장기간의 인력 양성을 고려할 때, 특히 정부가 교원 총정원제를 내세워 교원 확보를 시행하지 않았던 전례를 생각하면 이는 공허한 대책일 뿐이다. 최근 교육부는 학교폭력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보존하고, 대학입시 자료로 제공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피해자 보호조차 어려운 학교에서 과연 그 기록이 공정하게 작성될 수 있을지, 또한 입시에 민감한 학부모가 과연 별 논란 없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교육부가 현재 사용하는 교과서 중에 유일하게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독립단원으로 다룬 보건과목 교과서에 대해 전혀 주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예 모르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지난 2007년에 개정된 학교보건법은 각 학교에 보건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명시하고 있고, 교육부도 2009년부터 학교현장에서 보건교육을 가르치도록 고시했음에도 말이다. 지난 3년간 이 단원을 수업한 보건교사들은 아이들이 평소에 장난으로 했던 행동들이 학교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을 보면서 매우 놀라워했고, 학습을 통해 학교폭력예방을 배운 아이들이 반성하고 자발적으로 신고를 하는 등 실제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안도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보건교육은 법률의 취지와는 달리 '학교 재량과 선택과목'으로 운영되어 수업시간 확보부터 쉽지 않았고, 초등은 교육과정이 없으며, 서울시교육청처럼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제대로 사주지 않아서 매 시간 교과서를 옮기는 '바구니 교과'가 되기도 했다. 즉,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담긴 교과수업을 못하게 막은 것이다.

'학교폭력'의 증가는 지역사회 붕괴,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더 이상 과거처럼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기 어려워진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인식과 표현, 사회적 관계, 분노와 갈등 조절 등 '삶의 기술'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가정이나 학교, 매체를 통해 습득한 폭력을 브레이크 없이 행사하는 또래 집단 속에 방치되어 왔다. 교사들은 입시교육이나 갖가지 행정업무, 승진 준비 등에 쫓기며, 아이들의 교육적 요구에 집중하지 못했고, 학부모들 역시 생업 경쟁에 쫓기며, 아이들을 사교육에 맡기고 성적에만 집착하게 되는 메카니즘 속에 놓여 있다.

보건교사들이 학교폭력 수업을 하게 된 것은 학교 보건실이 이러한 모순과 밀접한 장이라는 특성과 관계가 깊다. 학교 내에서 보건실은 유일하게 아이들의 수업 면제가 허용되고, 어른의 보호가 가능한 곳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몸이 아플 때만이 아니라, 왕따 등 학교폭력으로 상해를 입거나 위협을 받을 때에도 '아프다'는 이유로 보건실을 찾아와 숨을 돌리고, 눈물 콧물을 쏟아 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국은 아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하게 하면서도 보건교과를 필수로 도입해 폭력에 안전하게 대처하도록 가르친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소수 피해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무기력하게 그것을 지켜보고 대처하지 못하는 전체 아이들과 학교교육의 문제다. 교육과정이 입시를 넘어 건강한 시민 육성, 존중과 폭력에 대한 공감 능력, 분노‧갈등 조절과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하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우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담고 있는 보건수업부터 제대로 할 방안을 찾을 일이다.

우옥영 순천향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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