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제 할 일만 제대로 했다면 케이블 TV의 KBS2 방송 중단은 막을 수 있었다. 합리적 제도와 적극적 중재로 지상파 재전송 갈등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 전 전담반을 만들어 연말까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를 맞았다.
물론 자사 이기주의에 집착한 지상파 TV와 걸핏하면 시청자를 볼모로 잡는 케이블 TV에도 잘못은 있다. 수신료를 받으면서 재전송료까지 고집하는 KBS에 대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입만 열면 난시청 해소와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들먹이면서 방송 중단을 강행한 케이블 TV도 뻔뻔하고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런 갈등을 조정하고 횡포를 막아 시청자를 보호하라고 방통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해 11월 디지털 고화질(HD) 지상파 중단 사태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방통위의 대응은 한심했다. 재전송료 다툼은 당사자들 사이의 문제라고 팔짱만 끼고 있다가 케이블 TV가 재송신 중단을 강행하자 부랴부랴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등 초강수로 위협해 임시방편으로 급한 불만 껐다. 그러나 여전히 재송신료에 대한 양측 입장에 변화가 없는데다 합의기간도 1년에 불과,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주먹구구식 낡은 미봉책은 분쟁의 불씨를 키울 뿐이다. 방통위는 뒤늦게 케이블 TV의 재전송 중단 횡포를 막는다며 부산을 떨고 있다. 오늘 열리는 전체회의에 방송유지 재개 명령권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상정한다. 그러나 강력한 규제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보다 새로운 방송 환경과 매체 역할 변화에 맞춘 의무 재전송과 보편적 시청권의 범위, 광고 효과와 난시청 해소 기여도를 감안한 재전송료 책정 등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와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혹시라도 방통위가 그런 의지와 능력조차 없어 제도 개선을 미루고 있다면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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