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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요즘, 그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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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요즘, 그래 우리들

입력
2012.01.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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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 세운 몇 안 되는 계획조차 에라 모르겠다 놓고 있는 요즘, 설이 며칠 남았으니 아직 새해가 아니라고 애써 자위하는 요즘, 점집에라도 가볼 요량이었으나 되레 재수 없다는 소리 들을까 그도 망설이는 요즘, 가만 보면 역술인보다 내 마음을 더 귀신같이 짚어내는 게 내 트윗이지 싶어 자주 쓰고 올리는 요즘,

그러나 북한 트위터 리트윗 한번 했다고 별별 죄로 구속되는 경직된 이 나라에 무슨 유연성을 기대할까 세계지도 펴놓고 이민 갈 나라 고르기나 해보는 요즘, 막상 떠나려 하니 그 좋아하는 우거지에 가래떡에 먹태를 어찌 놓나 먹을거리 앞에서 쉬이 발목이 잡히는 요즘, 그러나저러나 왜 도통 책은 안 팔리는 것일까 책 팔아볼 욕심은 늘 궁리에 그치고 두 눈 부릅뜬 채 서점 시집 코너에 서서 시집 훑는 사람들이나 훔쳐보는 요즘,

8,000원짜리 커피는 비싸도 사 마시면서 8,000원짜리 시집은 왜 안 사주나 흥분하길 잠시, 커피 향만큼 사람들을 중독되게 하는 시를 쓰고 시집을 만들었는지 내 무릎 찍는 반성 속의 요즘, 그럼에도 한 시인의 시집 출간을 독촉하는 독자의 애정 어린 메일에 자정 넘어 퇴근해도 뿌듯한 요즘, 트윗을 보고 한 요리 선생님이 찰밥에 시래깃국에 나물 무쳐 파주 사무실에 점심상까지 차려주신 어제가 있었으니 살아 있어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일하기 싫어 별 투정을 다 부리는 엄살 속의 요즘, 그래 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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