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치는 산 속에서 조난당한 한인 남성이 눈 속에 굴을 파고 달러를 태우며 48시간을 버티다 구조됐다.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에 사는 김용춘(66)씨가 주인공이다.
김씨는 18일 시애틀 지역채널 코모TV와의 인터뷰에서 라이터와 양말, 반창고, 칫솔뿐 아니라 지갑에 들어있던 1달러와 5달러짜리 지폐를 태우며 체온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계속 걷고 움직였으며 밤에는 나무 아래 쌓인 눈에 굴을 파고 선 채로 한번에 5~10분씩 쪽잠을 잤다.
김씨를 버티게 한 것은 구조에 대한 희망이었다. 그는 아내와 뜨거운 사우나를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말을 걸었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14일 산악클럽 회원들과 함께 워싱턴주의 레이니어산에 올랐다가 산비탈에서 미끄러지면서 눈보라 속에 고립됐다. 수색에 나선 수십명의 공원 경비대원들과 구조견들은 이틀 뒤인 16일 연락이 끊긴 곳에서 1.6㎞ 떨어진 지점에서 그를 발견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30년 전 미국에 온 김씨는 “한국 군인일 때 배웠던 기술이 산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됐다”며 “나는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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