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만드는 건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빈 현 회장까지 2대에 걸친 오랜 숙원. 롯데가 마침내 이 꿈을 이루게 됐다. 이로써 롯데는 소주 양주에 이어 맥주까지 술의 풀 라인업을 완성하고, '주류업계 최강'으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18일 충북 충주시와 맥주공장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충주시청에서 열리는 MOU 체결식에는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과 이종배 충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롯데는 충주시 대소원면에 조성될 신산업단지 내 33만㎡ 부지에 맥주 제조공장과 저장시설 등을 짓는다. 총 7,000억원이 투입되며 2015년 착공,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연간 50만㎘의 맥주를 생산하게 된다.
롯데는 이에 앞서 충주기업도시 인근에 별도의 맥주공장을 짓기로 하고 충주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산업단지는 아직 기반시설이 충분치 않아 공장건립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따로 공장을 지어 조기생산에 들어간다는 것. 롯데측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2014년에도 첫 신제품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맥주시장 진출은 롯데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때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지난 2009년엔 오비맥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신동빈 그룹회장도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하례회에서 "맥주사업은 그룹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오비맥주 인수에 실패하면서 인수합병(M&A)보다는 직접 생산방식으로 사업진출 방향을 전환했다"며 "전국의 후보지를 물색하다 충주에 공장을 짓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롯데가 맥주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던 국내 맥주시장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들어오면 기존 양강 구도가 3강 체제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긴장감을 표시했다.
물론 기존 판세를 단번에 흔들기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1%포인트 높이는 데 마케팅 비용만 300억~400억원 가량 들기 때문에 롯데로서도 마케팅 부담이 클 것"이라며 "오비맥주 카스의 경우도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17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는 워낙 유통망이 강한데다, 이미 많은 종류의 술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비용은 크지 않을 전망. 롯데는 ▦소주 '처음처럼' ▦위스키 '스카치 블루' 등을 이미 생산하고 있고 와인과 청주 등도 갖추고 있어, 맥주까지 가세할 경우 전 주류품목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가 된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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