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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복지공약 제대로 보자] (8.끝) 여야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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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 복지공약 제대로 보자] (8.끝) 여야 좌담회

입력
2012.0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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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산층 붕괴ㆍ양극화 심화로 복지확대는 불가피" 일치

우리 사회에는 "그래도 4년, 5년에 한번 국민 대접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각종 정책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더구나 총선, 대선을 앞둔 올해는 지난해부터 쏟아지는 복지공약들이 진검승부를 벌이며 국민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일회성 공약이 아니라, 향후 한국의 사회지형을 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다.

지난 12일 한국일보는 여야의 복지공약 수립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인사들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보았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한나라당에서는 정진섭 의원(한나라당 복지태스크포스 단장),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한나라당 비대위 자문위원)가 참여했으며, 민주통합당에서는 주승용 의원(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공약을 완성해가고 있는 김용익 서울대 교수(민주통합당 보편적복지 특별위원회 위원장ㆍ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가 참여했다.

김용하= 한국일보와 보건사회연구원이 함께 실시한 공생발전을 위한 국민의식 조사(본보 9일자 1ㆍ4ㆍ5면)를 보면, 보수가 줄고 중도가 늘고 진보는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국민 의식이 과거 5년여에 비해 변한 것 같다.

김용익= 5년 전만 해도 복지라는 말이 익숙지 않았는데 이제는 누구나 다 복지를 거론하고 있다. 특히 지난 지방선거, 서울시장 재보선을 계기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 같다.

안종범= 지난 5~10년 동안 복지담론이 형성되고 각종 복지 프로그램과 재정이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오는 게 없다는, 이른바 실효성 차원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복지 전달이 잘 안 되고,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을 간과하고는 복지 발전에 한계가 있다.

주승용= 보편적 복지 수요가 급증한 이유는 신자유주의 30년의 산물이라고 본다. 그 사이 양극화가 심해져 중산층이 거의 없어졌다. 저소득층을 선별해 시혜적 복지를 줬었는데 이제는 중산층이 서민화됐기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이 많아졌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에서 촉발된 보편적 복지담론을 민주당이 받아들인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진섭= 거듭된 경제위기로 국민들이 삶에 불안을 느끼고 있고, 중산층의 입지가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중산층에게까지 복지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 교육감의 무상급식이 계기가 됐다고 했는데 급식 자체가 복지이지, 무상이냐 아니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하여간 정치권이 이에 대한 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 복지의식 5년새 급변

김용하= 우선 양 당의 복지정책의 기본방향이 궁금하다.

주승용= 우리 당이 처음 보편적 복지공약을 발표했을 때 포퓰리즘이다, 나라재정 거덜난다고 비난이 있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한나라당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다 따라하고 있다. 우리는 재정검증을 거쳐 집권 5년 내에 복지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규모로 절대 무리한 목표가 아니다.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박근혜 위원장은 재원 마련 대책이 없고,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맞지 않다.

정진섭= 민주당은 야당이기 때문에 몇 가지만 골라서 색깔 있게 내놓고 포장하면 된다. 하지만 여당은 국정을 운용하는 당이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다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3+1(민주당의 무상 급식ㆍ보육ㆍ의료+반값등록금 공약)식으로 포장하기 어렵다. 현재 모든 복지정책은 한나라당의 것이고 이미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환경이 변했고 방향은 같은데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우리보다 앞서서 많이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고, 우리는 재원을 마련해서 단계적으로 가자는 것이다.

민주 "5세미만 아동수당 도입"

김용하=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보육이 최우선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다. 하지만 보육에서의 우선 순위를 두고 말이 많다. 이번에 0~2세 보육료 지원하면서, 3~4세는 제외되고 집에서 키우는 0~2세에 대한 차별 이薩竪?많이 나온다.

정진섭= 초중고 투자에 비해 보육 투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순위 시비는 있지만 속도감 있게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승용= 민주당은 아동수당 도입이 당론이다. OECD 중에서 아동수당이 없는 나라가 미국, 한국, 터키, 멕시코 4개국 뿐이다. 월 10만원씩, 2013년 1세, 2014년 2세, 이렇게 해서 2017년까지 5세까지는 다 지원하자는 계획이다.

안종범= 보육지원보다 더 중요한 건 여성들의 결혼연령이 급격히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혼 연령이 거의 29세, 초산은 30세를 넘었다. 보육 지원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만혼의 첫째 이유는 경력단절이다. 저출산 문제는 복지ㆍ교육 넘어 사회, 노동시장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또 국공립 보육시설에 몰리는 이유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인데 공보육ㆍ사보육 할 것 없이 질 높이는 방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김용익= 실업, 저소득, 노후불안 등의 사회불안이 연결된 총화가 저출산이다. 기본적으로 가계가 안정이 돼야 해결할 수 있다. 가계의 안정은 복지이기도 하고 교육이기도 하지만 산업경제구조의 변화와 연결돼 있다. 이 문제는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에서 별도 공약을 만들고 있다.

한나라 "등록금 소득따라 지원해야"

김용하= 큰 사회적 이슈였던 반값등록금 문제로 넘어가겠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다. 학력차별이 해소 안 되고 고졸채용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사실 반값등록금은 대학 더 가라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런 상충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용익= 등록금 지원한다고 대학 더 가는 건 아니다. 80%가 대학 진학하는 상황에서 그 학생과 학부모의 생활문제로 봐야 한다. 반값등록금 지원은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대학의 인프라 개혁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안 교수가 보육료 지원뿐 아니라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거론했는데, 모든 것이 결국 인프라의 문제다. 교육을 지원하려면 사립대학 위주의 대학 인프라가 걸림돌이 되고, 무상의료 하려면 민간병원 위주의 병원 인프라가 걸리는 것이다. 인프라 개혁을 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주승용= 오죽했으면 반값등록금이라고 했겠나. 사실 보편복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10년간 등록금 자율화로 올라도 너무 올랐다. 그리고 대학진학률이 높은 것은 취업 때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인데 고졸도 취업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사립대 많은 것도 문제이며, 대학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대학등록금에 대한 국가 부담 늘리는 게 포퓰리즘은 아니다. 선진국은 국가가 70% 부담하고, 개인은 30% 부담한다.

정진섭= 우리는 반값등록금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라고 한다. OECD 국가에 비해 등록금이 비싸다는 건 인정한다. 국가장학금 늘리기 위해 올해 1조7,500억원의 예산을 내놨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다 낮춰야 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맞춤형 국가장학금 제도로 어떤 학생은 100%, 어떤 학생은 50% 등 차별성 있게 지원해야 한다. 그간 국가의 대학 지원이 없어 대학 구조개혁 등을 언급하기가 어려웠지만, 지원 늘리면 대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현재 350개 대학 중에 50개 정도는 정리하고, 100개는 연구하는 대학, 100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대학, 100개는 평생교육을 하는 지역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대학으로 재편하면 어떨까 한다.

의료보장강화 실현성 최대 쟁점

김용하= 의료 부분은 양당이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대선공약에서 가장 큰 쟁점이라 생각되는데, 의견을 말씀해 달라.

안종범=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분야다. 답이 확실하지 않은 채 어설피 시도했다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중증질환은 여전히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부담이 크고, 건보료 1만여원 더 낸다고 개선이 될지 확신할 수 업다. 또 가격체계를 바로잡는 것은 의료계 이해당사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익= 지금 말씀하신 비급여 부분을 전면적으로 급여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가 팽창하고 진료비가 올라 건강보험 보장률(전체 진료비 중 건보가 부담하는 비율)을 올릴 수 없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의료수가(가격)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병의원들이 건보 진료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여기도 인프라 문제가 걸려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병상은 공급과잉 상태여서, 이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법인이라 해도 재산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공병원도 아주 현대적으로 짓고 지방에도 배치해서 지방 환자가 서울로 올라올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냥 공공병원이 아니라 '현대적'이라는 말을 붙인 뜻을 아실 것이다. 이런 과정이 패키지로 진행돼야 한다. 교육도 반값등록금 지원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고, 무상의료도 급여 확대하면서 병원 인프라를 개혁해야 한다.

주승용= 무상의료보다는 보장성 강화라는 말이 맞다. 우리 3+1 정책 중 예산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인데 돈 없어서 병원 못 가는 사례를 없애자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국민 1인당 건보료 1만1,000원씩 더 내서 국민이 6조원 부담하고, 기업(직장가입자 사용자)과 국가가 6조원을 부담해서 한해 12조원을 늘리면 입원환자의 진료비 보장률을 90%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30% 이상이 민간보험에 가입해 있는데 이걸 줄여서 건보에 내면 된다. 비급여 전면 급여화는 아무리 재원을 쏟아부어도 제도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비급여를 양산하는 행위별수가제(병원을 갈 때마다 돈을 내는 것)를 포괄수가제(질병별로 정해진 돈만 내는 것)로 바꾸고, 총액계약제(건보 지출총액을 병원들과 협상해 미리 정하는 것)도 도입해야 한다.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인정해 준다면 의약계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불필요한 지출 구조,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보장성 강화할 수 없다. 공공의료기관도 10% 미만인데 확충하는 것이 대단히 시급하다.

정진섭= 인정하시는 것처럼 실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다른 복지정책이 다 이뤄지고 난 다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교수 말씀대로 인프라의 문제가 중요하다. 의료는 이미 민간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데 이걸 갑자기 공공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가능할까? 어렵다고 본다. 돈이 없어서 병원 못 가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는 우리 당도 공감한다. 우리는 현 체제를 잘 유지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를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료안전망기금을 마련해서 저소득층에게 건보료를 지원하거나 부담이 되는 의료비를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이다. 보장성을 강화하면 환자가 늘어날 텐데 민주당이 이 증가수치를 낮게 평가한 게 아닌가 싶다. 보장을 확대하면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결과적으로는 보험료를 더 많이 올려야 한다.

주승용= 일시적으로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제도를 바꾸면 된다. 보장성 높은 유럽은 포괄수가제를 도입해서 의료이용이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또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을 가는 허수 환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 보험 적용을 하지 않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 체제로는 건보지출의 32%를 차지하는 노인 의료비 증가를 통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의료안전망기금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지키지도 않고 있다.

김용익= 제도개선의 첫 단계로 진료비 상한선부터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국적인 고액 진료비를 우선 막고, 이후 단계적으로 보장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증세 앞서 비과세 대상 줄여야

김용하= 증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이야기해 달라. 요즘 적극적인 증세론이 나오고 있다.

주승용= 3+1 정도는 증세 없이도 할 자신이 있다. 무상은 공짜란 게 아니라 의무란 것이다. 3+1 실현되면 국민도 복지국가 이룰 수 있구나 하는 믿음이 생길 것이고, 세금 낼 의향이 더 생길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증세를 해서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 당의 방향이다. 우리나라 복지의 특징은 세금 내는 사람 따로, 복지혜택 받는 사람 따로라는 것이다. 절반 가까운 국민이 직접세를 내지 않아 조세저항이 있다.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면 그런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정진섭= 나는 증세를 장기과제로 생각하는데 장기과제라면 정치권에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웃음). 조세부담률을 급격히 올리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세율 높이는데 집착하는 건 조세의 재분배 효과를 보는 건데, 우리는 세율의 급격한 변화가 세수의 증대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안종범= 요즘 소득세나 법인세를 인상하는 나라 없다. 세율을 높이지 않고 세수를 확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OECD는 금융위기 당시 10이 필요하면 6은 씀씀이 줄여 마련하고 4는 세금 거둬서 재원 조달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민주당 재원마련 대책을 살펴봤더니 반대로 대략 4대 6이더라. 6대 4의 원칙 가져가야 한다. 꼭 세율을 인하한다고 세수가 줄고, 세율을 올린다고 많이 걷히는 것은 아니다. 세율을 인하하면 경기가 활성화돼서 결국 세수가 늘기도 한다. 세율 인상보다 비과세 대상을 축소해서 과세 베이스를 넓혀야 한다. 그런데도 실제 국회에서는 의원입법으로 수많은 비과세 감면을 발의돼 왔다. 제발 의원들이 표를 의식한 욕구를 억제하고 비과세 감면 안 하겠다고 합의해 줬으면 한다.

김용익= 안 교수가 세율 인상하는 나라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지 않느냐. 현재 한국은 세율의 누진적 성격이 부족해 조세에 의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거의 없다. 조세가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는 사회보장제도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조세의 기능 중 하나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 증세 거론하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격세지감을 느낀다.

김용하= 오늘 말씀을 종합해 보면 목표지향점, 우선순위, 재원조달 방법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크지 않은 것같다. 인식의 공통분모가 크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됐다. 올 한 해는 복지정책을 질적으로 발전시킬 원년이라고 생각한다. 여야가 협의를 통해 국민이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정리=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 머리맞댄 여야 가시돋친 신경전

"한나라당과 복지정책을 비교해 가며 설명하면 좋을 텐데, 그러고 싶어도 (한나라당은) 내놓은 정책 자체가 하나도 없으니 비교를 할 수가 없다."(주승용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

"지금 하는 정책들이 전부 집권당이 하는 것인데, 복지정책 없다고 하면 대단히 섭섭하다."(정진섭 한나라당 복지태스크포스 단장)

한국일보의 복지공약 정당 좌담회에서 마주한 여야 인사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시돋친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한나라당 측은 ▦주 40시간 근무제를 5~20인 사업장까지 확대해 일자리를 나눈 것 ▦근로장려금(EITC) 확대 ▦취업활동수당 도입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도입 등 많은 일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정 단장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양극화 심화와 비정규직 양산은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주 의장이 "공공분야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제안한 것"이라고 하자, 정 단장은 "실시는 우리가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한나라당 비대위 자문위원인 안종범 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본적으로 빈곤에서 탈출하게 하는 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주거ㆍ교육ㆍ의료ㆍ생계 급여별로 분할, 수급자의 근로의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안 교수는 또 "서민들이 돈을 빌릴 데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인데, 민주당은 서민 금융 문제는 간과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 의장은 안 교수가 증세 반대 취지의 발언을 하자 "박근혜 위원장측이 (증세에) 민감하신 것 같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또 복지를 확대하자며 증세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보편적복지 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용익 서울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복지를 주장하는 그룹과 찬성하지 않는 그룹이 갈라져 있는 것 같다"며 "또 박근혜 위원장측이 복지정책과 관련해서 두 번 발표를 했는데 아직은 복지의 전반적 구상이 없고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가 박근혜 위원장의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를 설명하며 "보편적ㆍ선별적 복지로 나누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하자, 김 교수는 "그 논란은 이미 지나갔고 마무리 됐다"며 "생애 맞춤 복지를 하다 보면 자연히 보편적 복지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ㆍ민주통합당 공약수립 어디까지 왔나

복지공약 확립은 민주당이 앞서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초 3+1(무상급식ㆍ보육ㆍ의료+반값등록금) 공약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8월에는 재원조달방법을 추가 발표했다. 또 여기에 일자리, 주거복지를 더한 3+3 공약을 확립해가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보편적복지특위와 경제민주화특위가 출범해, 경제ㆍ복지로 나눠 공약을 수립하는 중이다. 경제민주화특위는 지난해 말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제한 ▦근로기준법에 동일노동ㆍ동일임금 원칙 명시 ▦법인세ㆍ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등 정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말 복지태스크포스팀을 출범하고, 박근혜 위원장의 '생애주기별 평생 맞춤형 복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친이, 친박의 계파 갈등 속에 박 위원장측 브레인들이 별도로 움직였고 당 차원의 공약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비대위가 출범한 이후에는 공약 수립 주도권이 비대위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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