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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의 봄' 희망의 씨앗 틔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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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의 봄' 희망의 씨앗 틔우다

입력
2012.01.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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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가 미국 영화상을 수상해 이란 영화계가 잔뜩 들떠있다. 핵개발을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이 첨예한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뤄진 수상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란의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만든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A Separation)'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란 영화가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이란 영화계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정부의 영화 탄압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의 영화감독 바흐만 파르마나라는 "이란 정부와 영화인들의 대화를 터주는 한 줄기 빛"이라고 이번 수상을 평가했다.

이란 정부는 그 동안 영화뿐 아니라 TV 드라마, 코미디 등 대중매체를 엄격하게 검열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문화부가 시나리오는 물론 상영과 DVD 배포 등 영화 유통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간섭해왔다고 전했다. 비교적 가벼운 내용의 코미디와 드라마를 다루는 상업영화는 쉽게 상영허가를 내주었지만 정치와 경제 문제 등을 다룬 사회비판적 영화는 상영조치를 금지했다.

영화를 통해 이란 사회의 부정부패를 고발해온 자파르 파니히 감독은 2010년 이란 반체제 활동 혐의로 징역 6년형에 더해 20년간의 연출과 제작, 시나리오 집필, 여행과 인터뷰 금지를 선고받았다. 이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다큐멘터리 감독들도 지난해 줄줄이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란 영화 진흥을 도모하는 비영리단체 시네마하우스도 최근 강제 폐쇄됐다.

정부의 강력한 영화탄압 정책에도 불구하고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해외 수상에 이어 1,000만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려 이란 영화 사상 최고의 성과를 기록했다.

영화는 이란의 한 중년 부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딸의 교육을 위해 외국으로 이민 가겠다는 아내와, 치매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는 남편의 갈등을 그렸지만 그 이면에 이란의 종교와 전통, 사회계층의 문제가 깔려있다.

FT는 "주인공들이 가정과 직장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놓은 종교적 정치적 권위에 어떻게 맞서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란 사회를 비판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란 사회 전반의 문제를 보편적인 이혼문제로 포장해 정부의 검열을 피했다고 분석했다. 이란 중산층과 지식인들도 이 영화를 지지하고 있다. 영화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았으며 2월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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