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탈리아에서 좌초한 대형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한 남성이 하나밖에 없는 구명조끼를 아내에게 양보한 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을 거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00년전 타이타닉호의 침몰과 비교된 이번 사건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극중인물 잭)가 연인 케이트 윈슬렛(로즈)을 구하고 숨진 것과 같은 안타까운 순애보가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16일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연금 생활자인 프랑스 남성 프랜시스 세르벨(71)은 아내 니콜(61)의 60세 생일을 뒤늦게 축하해 주기 위해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들이 탑승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이탈리아 질리오섬 해안에서 좌초했고, 배가 옆으로 기울자 프랜시스는 수영을 못하는 아내에게 하나밖에 없는 구명조끼를 억지로 입혔다.
그리고 나서 프랜시스는 망설이는 아내를 설득해 같이 바다에 뛰어들었고, 안부를 묻는 아내에게 끝까지 “걱정하지마,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건네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사고 해역의 수온은 당시 8도로 매우 차가웠고 고령의 프랜시스는 이 악조건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니콜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구명조끼를 입은 니콜은 인근 주민들에 의해 이내 구조됐으나, 프랜시스는 실종됐다가 나중에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니콜은 이 같은 사실을 프랑스 RTL방송에 털어놓으며 “내 목숨을 남편에게 빚지고 말았다”며 오열했다.
한편 사고가 닷새째로 접어든 17일까지도 여전히 독일인 14명 등 29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구조대는 유람선에 구멍을 뚫어 내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19일쯤 사고 해역에 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여 구조에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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