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이 드디어 정신이 나가셨구나,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님이 드디어 갈 때까지 가셨구나,라고까지 생각했어요."
개막을 2주 앞두고 주인공 주지훈이 성대결절을 이유로 도중하차 해 위기에 놓였던 뮤지컬 '닥터 지바고'가 그 자리를 대신할 배우로 뮤지컬계 최고 스타 조승우(32)를 캐스팅하며 상황을 역전시켰다. 하지만 이 스타, 그냥 호락호락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팬들이 내가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을 걱정한다"고 운을 뗀 조승우는 "어이없는 제안에 헛웃음이 났고 대관 일정에 맞춰 배우에게 무리한 스케줄을 요구하는 것에 화가 나고 불쾌했다"며 프로듀서 신 대표에 대한 불평을 토로하는 것으로 '도중승차'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간담회에 동석해 "조승우와 함께 하게 된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하는 신 대표를 향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도전의식이 강한 제작자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할까 싶어 속으로 미웠다"고 말했다. 특히 뮤지컬 '조로'와 영화 '퍼펙트 게임'에 몰두하고 있던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닥터 지바고' 출연을 거절한 적이 있는 조승우는 "작품에 대한 믿음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연습실 방문이 계기가 됐다. "지바고 역의 홍광호와 라라 역의 전미도, 토냐 역 최현주의 리허설을 보면서, 배우들의 힘도 있었겠지만 무대 장치나 반주 없이도 이 정도의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엄청난 파워가 있는 작품이겠다 싶었어요."
선택의 기로에 놓인 그를 결정적으로 움직인 것은 친동생처럼 여기는 배우 홍광호의 설득. "닷새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가 광호가 문자메시지로 보내준 성경 구절에 마음을 굳혔죠." 그의 마음을 움직인 성경 구절은 잠언서 16장 9절로, 사람이 마음으로 자신의 앞길을 계획해도 그 발걸음을 인도하는 것은 하나님이라는 내용이다.
한번 거절했던 작품인데다 긴급 캐스팅이라 출연료가 높아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신 대표가 "조승우는 돈이 아닌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라고 에둘러 답했다. 조승우도 "영화는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뮤지컬은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돈을 벌고자 했다면 러닝 개런티를 받아 큰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는 또 "'땜빵' 배우처럼 들어온 게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는 내 작품"이라며 "아직은 기대 반 두려움 반이고 두려움이 언제 설렘으로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다.
'닥터 지바고'는 27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며 조승우의 출연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분간은 주 9회였던 공연 횟수를 6회로 줄여 홍광호 혼자 무대에 오른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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