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전 여고생 잇단 자살/ 친구 잃은 아픔ㆍ자책감 치유 받기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전 여고생 잇단 자살/ 친구 잃은 아픔ㆍ자책감 치유 받기엔…

입력
2012.01.17 12:47
0 0

따돌림 등을 이유로 여고생이 자살한 지 40여일 후 같은 반의 반장 여학생이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해당 학교는 물론 대전 교육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고 학생들을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대전시교육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33분께 대전 둔산동의 한 아파트 1층에 모 여고 1년생 A(17)양이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양은 지난해 12월2일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것 등을 비관하며 같은 반 B양이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하자 자책감으로 매우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B양과 절친했던 사이로 B양이 숨지기 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에게 데려가기도 했다고 학교측은 전했다.

당초 B양 사건은 다른 혐의 없이 자살로 종결 처리되는 듯했으나 유족이 왕따 의혹 등을 제기하자 경찰이 학교폭력과 관련해 재수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양은 B양의 상태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다른 친구 11명과 함께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학교 측은 "A양이 경찰 조사 등을 겪으며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A양과 다른 학생 11명을 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위(WEE)센터에서 상담을 받도록 했다.

A양의 상담교사는 "1주일에 한번씩 3차례 상담을 했는데 간혹 자책감으로 힘들어하긴 했지만 상태가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양이 담임교사와의 통화에서 "상태가 많이 좋아져 방과후 수업이 시작되는 날에 뵙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양은 방과후 수업이 시작된 16일 담임교사에게 "감기로 학교를 가지 못하겠다"는 전화를 하고 오후에 2명의 친구를 만났다 헤어진 후 투신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학생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 측은 충격 속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교 관계자는 "무엇보다 A양과 함께 경찰의 조사를 받은 학생들이 걱정된다"며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1대1으로 연결해 보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모방자살 등을 우려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긴급 초중고교장 회의를 소집해 자살 방지 및 학교폭력 대책을 논의했다. 김신호 교육감은 "지역사회가 학생들이 모두 내 자녀라는 생각으로 아픔을 위로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사랑을 베풀자"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담임교사 등 교직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학생들의 안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예방 차원의 학생지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의 사인이 명확하고 범죄 혐의가 없으며, 유족들도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