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극계에서 어린이청소년 연극을 단순한 즐길거리가 아닌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로서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유명한 극단 학전은 2004년부터 꾸준히 '학전 어린이 무대'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현실감 있는 아동극 개발에 힘써 왔다. 2008년 초연작 '고추장 떡볶이'는 '우리는 친구다'에 이어 두 번째로 '학전 어린이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이제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아동극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엄마가 급작스런 맹장수술로 집을 비운 며칠 동안 초등학교 3학년 비룡과 유치원생 백호 형제가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우리는 친구다'의 원작팀인 독일 그립스극장의 '케첩 스파게티'를 김민기 학전 대표가 번안ㆍ연출했다. 엄마의 과보호 속에 자란 탓에 당장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형제는 조금씩 일상을 배워가며 엄마를 위해 떡볶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간다.
대사는 비룡과 백호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큼 실생활에 가깝다. 여기에 성인 배우들의 다소 과장된 듯한 아이 연기가 웃음을 유발하면서 객석의 집중도는 꽤 높았다. 아이들은 장면 전환을 위한 약간의 공백만 생겨도 떠들었지만 연기가 시작되면 이내 까르르 웃으며 배우에게 집중했다.
내용 외에도 장점이 많다. 건반, 기타, 실로폰 등의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음악극 형식이다. 1막이 끝난 후 쉬는 시간에 주제곡을 가르쳐 주고 아이들이 극 중간중간 따라 부르게 하는 참여형 공연이기도 하다.
뚝심 있게 아동극을 개발해 온 학전의 의지가 통한 덕분인지 주말 객석은 만원이다. 다만 아이만 공연장에 들여보내 놓고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가 여전히 많은 점이 안타깝다. 아동극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부모와 자녀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무엇보다 직접 아이와 함께 관람한다면 이것저것 하지 말라 말리는 비룡ㆍ백호 형제 엄마의 모습에 뜨끔해 하며 '어려운 것도 해 봐야 한다'는 인생 지침을 새삼 되새길 관객이 많을 듯하다. 토요일 오후 2시를 제외한 공연 후에는 공연장 밖에서 떡볶이 시식 행사도 마련된다. 2월 26일까지. 36개월 이상 관람가. (02)763-8233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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