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휴양지 코첼라 밸리는 골프의 천국이다. 영화배우 밥 호프,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등 유명 인사들이 거주하는 코첼라 밸리 주변에는 골프장이 100여개나 있는 팜스프링스를 비롯해 9개 도시에 걸쳐 골프 리조트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코첼라 밸리의 골프 리조트들은 최근 10만달러가 넘는 회원권을 원래 가격의 30%에 판매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집 4채 중 1채는 고급 주택지로 인기가 높던 골프장 단지에 위치해 있다. USA투데이가 16일(현지시간) 미국 골프업계가 불황에 빠져들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골프업계의 어려움은 경기후퇴의 여파로 골프 회원들이 대규모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과거와 달리 골프에 투자할 시간과 흥미를 잃어 버린, 삶의 변화도 큰 이유다. 전미골프재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골퍼가 13% 감소했고 골프 회원권도 1990년대에 비해 100만개가 줄었다. 유명 골퍼나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고급 골프장의 개장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골프 인기의 하락으로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골프 리조트들은 골프장 개장 숫자를 줄이거나 비회원의 골프장 이용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건설된 3,400개 골프장의 93%가 비회원이 이용하는 대중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하는 유명 골프장이 줄을 잇고 있다. 미주리주 시케스톤 카운티 클럽 골프장은 개장 55년만인 지난달 문을 닫았다. 하와이 그랜드 와일리아 등 5개의 고급 골프 리조트를 보유한 헤지펀드 폴슨은 지난해 2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폴슨은 신청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골프업계가 운영비의 3분의 2 이상을 손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인이 많은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애틀랜타 등지의 골프장은 한인 덕분에 사정이 나은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소재한 듀크대 인근 골프장 관계자는 "주중이나 주말이나 예약객의 30%는 한국인 교수와 기업체 직원 등 한국 연수생이라고 보면 된다"며 "이 지역에선 한국인이 없으면 골프장의 정상운영이 어렵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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