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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두 번째 과학기지 '장보고 기지' 첫 삽 / 한국, '2개 기지' 9번째 국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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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두 번째 과학기지 '장보고 기지' 첫 삽/ 한국, '2개 기지' 9번째 국가 된다

입력
2012.01.1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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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제2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가 17일 오전(한국시간) 첫 삽을 뜨고 본격 공사에 들어갔다. 1998년 세종 과학기지를 건설한 지 24년 만이다. 로알드 아문센이 인류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지 101주년이 되는 2012년 남극 본대륙에 과학기지를 건설하는 대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주성호 국토해양부 제2차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은 이날 남극 테라노바베이에 위치한 장보고 과학기지 건설현장에서 부지확정 기념식을 가졌다. 이 기지가 2014년 3월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 9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주기지를 가진 나라가 된다.

세종 과학기지는 남위 62도13, 서경 58도47의 남극 최북단 킹조지 섬에 위치해 고층대기과학, 대륙붕 지역의 광물ㆍ수산해양자원조사 등 연구에 제약이 컸던 게 사실이다. 킹조지 섬은 한반도의 62배에 달하는 남극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기후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데다 백야도 나타나지 않는 등 지리적 환경이 남극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면, 장보고 과학기지는 남극 본대륙(남위 74도37, 동경 164도12)에 들어선다. 남극대륙 면적의 단 2%에 불과한 육지 위에 세워져 세종 기지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과학기지인 셈이다. 국토부는 2006년부터 남극 제2기지 후보지 선정 작업에 착수해 현지답사를 벌인 끝에 2010년 3월 이 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장보고 기지는 지상 4층(15㎙ 높이)의 본관을 비롯해 우주기상 관측동, 지자기 관측동, 발전소, 비상대피동 등 10여개 건물로 구성된다. 외벽은 2중, 유리창은 5중으로 설치되며 화석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발전소 가동 때 나오는 폐열을 100% 재사용하는 등 첨단 공법이 동원된다. 주 차관은 “세종 기지는 남극 연구의 물꼬를 튼 의미는 있지만 지리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며 “장보고 기지에선 남극해를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어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남극에는 20개국 39개 상주기지가 설치돼 있다. 이 중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 러시아 등을 비롯해 대부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강대국들이다. 그런 만큼 남극기지를 운영하는 국가는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이 뛰어난 선진국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도 장보고 기지가 완공되면 2개의 기지를 운영하는 9번째 국가가 돼 남극 영유권 주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극조약은 현재 영유권을 주장하는 나라들의 권리를 인정도 부정도 않고 있지만, 언제라도 남극 영토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어 장보고 기지는 우리의 발언권을 높여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보고 기지에선 그간 세종 기지에서 하기 어려웠던 고층대기학, 빙하학 등 순수과학을 비롯해 남극의 미생물ㆍ천연물질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연구 등 다양한 응용 분야 연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홍금 극지연구소장은 “남극은 대기권 지권 수권 빙권 생물권 등 기초과학을 육성할 수 있는 천연의 과학 실험장이며, 막대한 지하자원과 생물자원, 수산자원이 있어 산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도 매우 높다”며 “아문센이 인류 역사상 처음 남극점에 도달해 세계사에 한 획을 그었듯이, 우리나라도 장보고 기지를 활용한 심도 있는 연구 활동으로 세계 극지연구사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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