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증권은 최근 문을 연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지점에서 30억원 이상의 초고액자산가(VVIP) 고객 40명만 초청해 '가업승계 및 상속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부산에서 알아주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의사, 변호사들이 두루 모였는데 비밀 보장이 되는데다 인맥 형성에도 도움이 돼 호응이 좋았다.
# IBK투자증권은 5개월 전 이마트 죽전점 내 점포를 없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9년 주부와 회사원 등 서민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거점으로 삼았으나 생각만큼 실적이 오르지 않아 2년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증권사들이 영토를 무한확장하고 있다. 맞선 결혼 환갑 등 특별한 때가 아니면 평소 찾을 일이 없는 곳으로 여겨졌던 호텔에서부터 환자 일색인 병원에도 속속 증권사 점포가 등장하고 있다. 시ㆍ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최대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업계의 새로운 생존전략이다. 그렇다고 오피스를 벗어난 이색 지점이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내 지점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막연히 불특정 다수를 노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기보다는 목표 고객을 분명히 설정해 최적화한 곳에 설치한 점포만이 성공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호텔 지점을 낸 건 삼성증권이다. 6년 전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입점을 시작으로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2010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2011년)에 지점을 냈다. 총 7개 VVIP지점 가운데 3개가 특급호텔에 입성했다. 미래에셋증권도 2009년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 고액자산가 전용 지점을 냈다.
김주일 호텔신라 지점 팀장은 "호텔이 과거 부자ㆍ사업가들만 찾는 장소에서 이제는 중산층ㆍ회사원들이 운동, 사교모임, 식사 등을 위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인식변화와 함께 거액자산가들은 노출된 공간을 꺼려한다는 특성, 증권사 입장에서도 호텔에 입점하면 많은 인테리어 비용 추가 없이 고급스런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는 점 등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자산가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 좋고, 호텔과 증권사는 수익다변화를 꾀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이란 것이다.
호텔 대신 병원을 특화지점으로 삼은 곳도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4월 강남세브란스 병원 내에 자산관리상담 센터를 열었다. 자산상담사(PB) 2명이 주3일(월ㆍ수ㆍ금) 오전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상주한다. 또 하이투자증권은 서울아산병원 안에 점포가 있다. 이들 지점 모두 병원 임직원과 내원 고객이 주 대상이다.
강종태 KDB대우증권 강남지역2본부 팀장은 "증권사와 병원의 제휴 덕에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병원 임직원들이 직장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 금융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증권사 고객은 정기검진 시 20% 할인혜택을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IBK투자증권)나 백화점(신세계백화점 경기점ㆍ동양증권)에 점포를 냈던 증권사들은 지난해 모두 철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를 먹여 살리는 건 결국 재력가들인데 일반 서민들이 모여드는 곳, 그것도 공개된 공간에 지점을 내면 부유층들이 찾기를 꺼린다"며 "타깃을 분명히 하고, 지점을 내주는 곳과 증권사가 사업적으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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