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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與비대위, 'F학점의 천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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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與비대위, 'F학점의 천재들'

입력
2012.01.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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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평가하려면 찬찬히 따져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시간을 갖고 지켜봤다. 이젠 20일 가량 지났기에 한마디 하련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얘기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구성됐다. 당으로서는 절박했고 더 이상의 카드도 없었기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비대위원들은 그런 위중한 시기에 당의 회생을 위한 대책을 만들라는 막중한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당은 절박했으나 그들은 한가했다.

묘책들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수정과 취소가 반복됐다. 정강에서 보수라는 표현을 삭제하겠다는 주장은 며칠 후 없던 일이 됐고,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고 하더니 아직 선관위 자료조차 얻지 못했다. KTX 민영화 계획 반대는 전문가 토론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결정됐다. 친이계 유력 인사들을 지목한 표적성 물갈이 언급도 금세 번복됐다.

즉흥적이고 작위적 정치 구상의 결정판은 성별ㆍ연령 비율에 맞춰 공천하자는 주장이었다. 인구 비율에 맞춰 여성 공천을 절반 이상 하자거나, 20대(16%)와 30대(21%) 공천도 90명을 하자고 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 같은 획일적인 기준은 들어본 적이 없다. 군사정권 때도 안 그랬다. 곡절 끝에 16일 '25% 물갈이' 공천 기준이 제시됐다.

비상 대책이라면 내부에서 숙고를 거듭한 뒤 종합적인 결과를 내놓아도 뭔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혼란을 줄이고, 여론도 살펴보고 언론의 반응도 엿보기 위해 대변인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언론과 만날 때면 예외 없이 자기 구상을 털어놓았다. 모두가 대변인이었다. 당연히 이들이 입을 열 때마다 한나라당은 편을 나눠 춤을 춰야 했다.

대학입시 문제를 출제하는 교수진은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모처에서 며칠간 밤을 지새 작품을 만든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에 거의 연일 TV나 라디오 등에 출연하며 권력을 즐겼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언론과 만날 때면 보수 삭제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자신의 구속 사건과 여야를 오간 '철새 정치인' 전력에 대한 해명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의원들과 공개 언쟁을 벌인 데 이어 대통령이 보낸 난(蘭)도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말도 했다. 시위대에겐 '미친 놈들'이라고 언급한 게 알려져 사과했다. 나이가 어려도 언행이 신중한 사람들은 많다. 이쯤 되면 문제점은 나이 부분이 아닌 듯 하다.

이상돈 비대위원도 과거 자신의 이념적 발언을 문제 삼는 당의 전직 대표에게 "경솔하고 신중하지 못하다"고 맞대응에 열을 올렸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비대위 성적표다. 그간 이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당내 의원들과 격돌한 것은 몇 장면 떠오르는데 그간 어떤 쇄신책과 무슨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들을 공격하는 친이계 등 반대파의 행보에는 적잖은 정치적 셈법이 들어 있다.

그래서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케 하면서 "비대위를 흔드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 고 경고하고 나섰다. 잠시 휴전 상태이지만 17일 의총 결과에 따라 어느 쪽으로 튈지 예단키 어렵다.

객관적으로 봐도 친이계 일부 인사들의 퇴장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납득할 만한 기준과 조건이 제시돼야 국민이 받아들인다. 우격다짐 식 단절은 다른 화(禍)를 부르기 십상이다.

국민도 친박들이 친이보다 훨씬 더 정의롭고 서민적이라고 구분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물갈이 대상자의 용퇴를 위한 합리적인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제 비대위원들은 밀실로 들어가 그와 같은 결론을 내놓을 때까지 입을 닫아야 한다. TV에 출연해 자기 정치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임기 전반부를 맥없이 흘려 보냈다면 후반부라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들이 비대위에 이름을 올린 이유다.

한시적 조직인 비대위에 대해 박 위원장이 이렇게 이끌어가야 한다. 비대위는 당을 위한 임시 조직이지 특정인의 개인 자문단으로 전용될 수 없다.

반대파의 비판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쳐도 관전자의 평가는 간직해야 할 충고다. 양약고구(良藥苦口)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

염영남 정치부 차장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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