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 적어. ‘나는 ○○○에게 잘못을 해서 신체를 포기 합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14)군은 지난해 11월 같은 반 친구 B(14)군에게 소위 ‘신체 포기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이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던 B군은 다섯 명의 ‘일진’들에게 둘러싸여 어쩔 수 없이 A4 용지에 “A에게 잘못해 신체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자필로 썼다. 이후 B군은 A군의 지시로 친구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울면서 교실 바닥을 기어야 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A군 등이 “각서를 썼으면서 왜 지키지 않느냐”며 때리기 때문이었다.
A군은 1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B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왕따였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왕따를 시켰다”며 “각서는 지난해 5월 다른 일진 친구들이 신체 포기 각서를 받아 왕따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의 학교 폭력 유형이 잔인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체 포기 각서 받기는 물론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널리 퍼지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괴롭힘도 많다.
소위 ‘충전기 셔틀’도 신종 괴롭힘 중 하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배터리가 금방 닳다 보니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휴대전화 제조업체 별로 충전기를 모두 들고 다니도록 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C(19)양은 “충전기 셔틀이 한 반에 1명씩, 한 학년에 5, 6명 정도 있다”고 전했다.
기념일을 빙자해 피해학생들의 돈을 빼앗기도 한다. ‘빼빼로데이’라며 후배 일진들을 시켜 학생들에게 빼빼로 살 돈을 걷어오게 하거나 부모님 생일 선물을 준비하겠다며 ‘알아서 (돈을)가져오라’고 겁을 주는 것. 서울 노원구의 D(16)군은 “말이 알아서지 2만원 이하로 가져가면 맞는 분위기예요. 한 반에서만 10만원 이상은 걷어 갈 걸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전연화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상담원은 “신종 학교폭력이라고 해도 결국 학생들 사이의 힘의 불균형 때문에 생긴다”며 “진화하는 신종 폭력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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