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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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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는 MB

입력
2012.01.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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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MB맨'들이 몰락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고 그 정권에서 주인공 노릇을 해왔던 사람들이 줄줄이 정치 스캔들을 쏟아내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여야의 사퇴압력을 받고 있다. 현직 국회의장으론 처음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아야할 뿐 아니라 사법처리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당시의 돈봉투 살포와 관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니, 이 대통령의 바로 옆에까지 불똥은 튄 상태이다.

그런가 하면 이 대통령의 멘토라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양아들'로 불리우던 최측근 정용욱씨가 억대의 뇌물을 받고 해외로 도피해 논란에 휘말렸다. 더욱이 최 위원장은 "무죄 확정 판결나면 책임지겠다"고 했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이 남에 따라 '책임'을 져야할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은 의원실이 '돈 세탁소' 역할을 한데 따른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보좌관이 10억원대의 뇌물을 받았고 의원실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관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정치인 같았으면 진작에 소환조사를 받았을법한 사안인데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의 친형이라 해도 '자기 의원실에서 그런 거액이 관리되는 것을 몰랐겠느냐'는 상식적인 의심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왕의 남자'로 불리우던 이재오 의원은 측근 인사가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사법처리될 지경에 처하자 '이재오를 잡으려는 음모'라며 선제 대응을 하고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권력이라는 것이 10년은 고사하고 5년도 가지 못하게 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MB맨들의 몰락은 이전 정권 때의 광경과는 또 다르다. 다른 정권에서야 권력실세들에 대한 여론이 안좋으면 그래도 대통령이 민의를 받아들여 물러나게 하는 결심을 하곤 했다. 어찌보면 중간중간에 여론의 불을 끄려는 노력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달랐다. 자신이 한번 믿으면 누가 뭐라해도 듣지않았다. 그대신 이 대통령은 성난 민심 앞에서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말을 겁도 없이 꺼냈다. 그 착각이 오늘의 사태를 낳은 것이다. 소통이라고는 모르는 불통의 리더십이 낳은 결과였다. 대통령의 우산 아래에서 보호받은 권력실세들의 행태는 국민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말이 없다. 아니, 말이 한번 있기는 했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내곡동 사저논란과 측근 친인척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이 받은 아픔의 무게에 비해 사과의 무게는 너무도 가벼웠다. 진정성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과를 하면서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 이후 과연 되돌아보고 바로잡은 잘못이 무엇이 있었는지 묻게 된다. 자신의 친형, 그리고 정권의 주역들이 줄줄이 의혹과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역대 다른 대통령처럼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얘기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읍참마속'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입에서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원성이 터져나온다.

방송장악과 종편특혜의 주역으로 지목된 자신의 멘토에게서 '양아들'의 뇌물수수까지 터졌어도, 청와대가 사퇴를 권유했다는 소식이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방송인들의 거센 저항을 샀던 방송장악의 현실도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정권의 주역들이 온갖 전횡과 비리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게 된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이 대통령의 통렬한 자기성찰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의례적인 다짐과는 달리, 그 동안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찾아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정권실세들의 의혹으로 온통 나라가 떠들썩한데도, 대통령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정권의 최종 책임자가 자신임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창선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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