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16년 동안 농민들 등쳐 온 비료업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16년 동안 농민들 등쳐 온 비료업계

입력
2012.01.16 12:02
0 0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비료업계의 장기 담합행위는 국내 농업 경쟁력 약화가 전적으로 무역자유화 등 외부요인이나 영세한 경작규모 등 농업 내부의 구조적 문제에서만 비롯한 게 아님을 알게 한다. 국내 13개 대형 비료업체가 16년 동안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결과 1조6,0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그만큼 농민에 부담을 지운 것도 통탄할 만하지만, 장기간 자행된 담합을 주된 공급자인 농협은 물론, 정부 당국조차 간과해 왔음이 분명해진 때문이다.

적발된 비료업계의 담합은 상상 가능한 불법 수단을 총동원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농협중앙회 등의 화학비료 입찰에서 품목별 가격담합에 그치지 않고, 최종 물량 점유율까지 사전 조정해 실제 낙찰물량과의 차이를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에 따른 납품으로 해소했다. 이런 식이라면 공개입찰을 통한 경쟁 여지가 일찌감치 사라져 입찰방식 자체가 무의미했던 셈이다.

업계의 불공정 행위에 따른 농민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는 재작년 공정거래위 조사가 시작된 후 이뤄진 지난해 농협의 화학비료 입찰 결과로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낙찰가가 전년보다 21%나 하락했고, 그에 따른 농민 부담 경감이 1,022억원에 이르렀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담합 적발 및 과징금 부과에 대해 "이로써 화학비료 시장의 담합 관행이 깨지고 농민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곧바로 수긍하기 어렵다. 워낙 오랫동안 자행된 행위라서 시효 문제도 있었겠지만 악질적 행위에 비해 업계가 져야 할 828억원의 과징금은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 부당이득 환수에 그칠 뿐 '징벌적' 성격은 흐리다. 더욱이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담합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도 사실상 불공정 거래 관행을 장기 방치해 왔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농협의 입찰관리 책임 또한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불공정 거래는 모두 시장경제의 적이지만, 한계선상으로 내몰린 농민을 등친 담합행위는 도덕적 비난이 집중돼 마땅하다. 업계와 당국, 농협의 맹성과 재발 방지 다짐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