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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인문총서 '엑스쿨투라' 시리즈 2권 출간/ 헤겔, 아이티 노예혁명 모른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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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인문총서 '엑스쿨투라' 시리즈 2권 출간/ 헤겔, 아이티 노예혁명 모른 척했다

입력
2012.0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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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가 새롭게 기획한 인문총서 '엑스쿨투라(Ex Cultura)' 시리즈 첫 두 권이 16일 나란히 출간됐다. 수전 벅모스 미 코넬대 교수의 <헤겔, 아이티, 보편사> (김성호 옮김)와 페테르 센디 파리10대학 교수의 <주크박스의 철학-히트곡> (고혜선 윤철기 옮김)이다.

이 총서는 문화와 세계를 키워드로 다양한 현대 이론가들의 지적 지형도를 펼쳐 보여주는 해외 저작 번역 시리즈다. '문화의 텃밭과 교차로에서 찾아낸, 기존 학계가 놓쳤던 낯선 주제, 다가올 날을 예비했던 과거의 명저, 첨예한 논점의 최신 담론'을 소개한다는 취지다.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정치철학자 벅모스의 책은 <정신현상학> 에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을 설파한 헤겔이 당시 프랑스 식민지 아이티의 노예 혁명을 왜 그 책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서문에서 '추리소설처럼 쓴' 글이라고 언급한 벅모스는 헤겔의 저작과 편지들, 그가 구독했던 신문, 잡지 등을 조사한 뒤 헤겔이 1804년 아이티 혁명을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다고 결론내린다. 벅모스에 따르면 헤겔은 '노예'를 단지 추상화된 개념이나 은유로서가 아니라 역사와 현실에 존재하는 실체로서 이야기했다. <정신현상학> 이후 저작에서 아이티 혁명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가 '노예 해방'을 지지한 진보적인 철학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흑인과 흑인 문화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성향까지 극복하지는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헤겔과 아이티의 연관'에 대해 후대의 수많은 헤겔 연구자들이 한결같이 침묵한 점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벅모스의 '보편사'는 이 같은 서구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제3세계의 역사를 보편적인 경험으로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기획'이다. 그 현재진행형 작업에는 서구의 '배제' 그 자체를 '배제'하고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실행하려는 노력이 포함된다.

40대 중반의 철학자이자 음악이론가인 센디 교수의 저작은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그가 이 책에서 시도하는 것은 히트곡의 정치사회적 의미나 대중문화 이론이 아니다. '발터 벤야민이 넝마주의나 키치 문화, 간판, 광고, 아동도서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은 것처럼 히트곡에 철학적 존엄성을 부여하려는 시도'이며 유행가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이다.

그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완벽하게 등가이며 차이가 없는 음악 상품인 히트곡들은 고백할 수 없는 특이한 내밀성을 실어 나르는 찬가적 매개체 역할'을 한다며 '이러한 역설은 시장과 영혼 사이의 상동관계'를 구성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유행가와 프리츠 랑 등의 영화를 도마에 놓고, 키에르케고르, 칸트, 마르크스의 이론으로 요리조리 썰어나가는 그는 '히트곡들이 시장에서 어떤 이유를 창출하고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영혼에 무수한 사본으로 존재하는, 떠나지 않는' 귀벌레 같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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