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첫 여성 고속정장이 탄생했다.
해군은 홍유진(34ㆍ사관후보 97기), 안효주(31ㆍ해사 57기) 대위를 고속정장에 임명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속정은 한반도 인근 해상을 경계하는 주요 전력으로, 크기는 작지만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어 다른 함정에 비해 빠르다. 공간이 좁고 업무가 고되기 때문에 그간 여성 장교나 부사관은 고속정 승선을 제한해왔다.
홍 대위는 고속정장에 임명되자 세 살 배기 딸을 친정인 강원 동해로 보냈다. 고속정을 타면 근무시간에 밤낮이 따로 없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홍 대위 남편도 해군 장교다. 2002년 임관한 홍 대위는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힘들겠지만 엄마가 아닌 최초의 여성 해상지휘관으로서 사명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위는 남편이 이미 2함대에서 고속정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초의 고속정장 부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단 셈이다. 2003년 임관한 안 대위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부담되지만 앞으로 많은 여군 후배들이 걸어갈 길을 개척해 간다는 마음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소속으로 홍 대위는 721편대 참수리-287호정, 안 대위는 711편대 참수리-286정을 각각 지휘한다. 참수리호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 연평해전 때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군과 겨뤘던 함정이다. 다만 두 장교는 전방의 NLL해역이 아니라 후방의 진해항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해군의 이번 결정은 최윤희 참모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최 총장이 과거 사관학교장을 지낼 때 함상 지휘관이 되길 원하는 여군들의 희망사항을 많이 들었던 것으로 안다”며 “고속정장을 거치면 지상근무나 부함장을 맡을 때와 달리 지휘안목과 위기 대처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해군 여군장교 대상 설문에서 80% 이상이 ‘해상 지휘관을 원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해군은 앞으로 3개월간 두 장교의 임무수행을 지켜본 뒤 여군에게 계속 고속정장을 맡길 지 결정할 계획이다.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이들의 진급에 따라 향후 유도탄고속함(소령), 초계함(중령) 등 고속정 윗단계의 해군 수상함 지휘관도 여군으로 채워나갈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해군에서 금녀(禁女)의 영역은 잠수함만 남게 된다. 현재 해군에는 190여명의 전투병과 여군장교가 근무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여군 소령을 배출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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