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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신과 인간' '자전거 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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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신과 인간' '자전거 탄 소년'

입력
2012.01.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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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란 수식어가 당연시 될 유럽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한 편은 존재론적 위기에 처한 수도사들의 고뇌와 용감한 선택을 전하고, 다른 한 편은 바람 앞의 촛불 같은 한 소년의 질풍노도와 그를 향한 동정을 그린다. 우연찮게도 두 영화 '신과 인간'과 '자전거 탄 소년'은 2010년과 2011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황금종려상(대상) 다음인 2등상에 해당한다.

믿는 자들의 숭고한 선택

적막에 가까운 평화에 젖은 수도원이 '신과 인간'의 배경이다. 평화는 오래 가지 않고 태풍과도 같은 불안이 알제리 산골의 수도원을 감싼다. 알제리 정부군과 이슬람 반군의 대립이 불러일으킨 회오리가 수도원을 위협하면서 수도사들은 신념이냐 삶이냐의 갈림길에 놓인다.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 수도원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목숨을 유지하려 수도원을 떠나야 할 것인가라는 존재론적 선택 앞에서 수도사들은 갈등을 거듭한다.

영화는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 앞에서 마음을 잡지 못하는 수도사들의 모습을 조용히 따라간다. "우리의 소명은 여기서 사는 거야"라는 나이든 수도사의 낮은 목소리와, "난 살려고 수도사가 된 거지, 죽으려고 된 게 아니다"는 젊은 수도사의 외침을 대치시키며 영화는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종교로 대변되는 인간의 신념이 과연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 순교라는 영예로운 단어만으로 과연 그들의 죽음은 가치 있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영화 속 수도사들은 토론을 거치며 그들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게 된다. 처음부터 일사불란하게 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그들의 선택은 숭고하게 느껴진다. 카메라는 다큐멘터리처럼 작위적 움직임을 자제하며 그들의 시선과 몸짓을 따라간다.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수도사들의 내적 갈등을 차분히 전달하면서 큰 공명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1996년 알제리에서 발생한 프랑스 수도사 살해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아무런 물욕도 드러내지 않으며 산골 마을의 이슬람 형제들과 조화를 이루고 죽음 앞에서 신념을 지키고자 했던 10여년 전 수도사들의 모습은 여전히 현재적 울림과 의미를 지닌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유럽의 고민을 담으면서 그들이 걸어야 할 길을 넌지시 가리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최고 영화상인 세자르영화상 최우수작품상도 수상했다. 감독 자비에 보브와.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스크린, 버려진 소년을 껴안다

절실하면서도 불안한 소년의 눈동자가 스크린을 연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는 절박하지만 세상은 냉랭하다. '자전거 탄 소년'은 아버지에게서 버림 받은, 그러나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소년 시릴(토마 도레)의 걷잡을 수 없는 방황과 성숙을 다룬다. 자전거를 탄 채 거칠고 비뚤어진 길을 내달리는 열 한 살 인생의 폭주가 위태롭기만 하다.

혈육에게조차 버림 받은 시릴에게 뜨거운 온정과 달콤한 악이 각각 손을 내민다. 시릴은 본의 아니게 악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질 위험에 처하지만 한 여인의 보살핌으로 구원을 얻는다.

지극히 사실주의적 시선으로 그려진 영화다. 세상에 무방비로 내던져진 소년의 사연에 가슴 시리고, 비행소년으로 전락할지 모를 소년의 모습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시릴과 우연히 연을 맺게 된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의 소년을 향한 사랑이 심장을 데우기도 한다.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의 최신작이다. 그들은 '로제타'와 '더 차일드'로 황금종려상을 이미 두 차례나 거머쥐었고, '로나의 침묵'으로 최우수각본상을 받기도 했다.

음악을 사용하지 않으며 사회 밑바닥 인생의 처절한 모습을 냉기 어린 시선으로만 전해왔던 그들은 살짝 희망을 말하려 한다. 시릴이 세상에 내동댕이쳐질 때마다 그를 감싸듯 울리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의 선율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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