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에서는 공동 6위(10언더파 270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우승자인 존슨 와그너(13언더파 267타ㆍ미국)보다 더 주목을 받았다. 괴상한 모양의 퍼터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매트 에브리(미국)의 이야기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상식을 깬 퍼터를 선보였다. 미국의 소규모 용품업체인 오라이언 골프가 만든 '블랙호크'라 불리는 이 퍼터는 헤드가 직육면체 쇳덩이의 위쪽을 파낸 모양이어서 부삽이나 쓰레받기처럼 보인다. 전체가 검은 색인 헤드는 멀리서 보면 벼루를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헤드 바닥이 평면이 이 퍼터는 페이스 폭이 13㎝ 정도로 넓고 스위트 에이리어(정타구역)가 넓은 게 특징. 오라이언 골프는 ㎠당 21㎏의 무게에도 회전하지 않을 만큼 관성모멘트(MOI)가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헤드 무게를 최대한 페이스의 좌우 측 끝부분에 배치해 임팩트 때 헤드의 뒤틀림을 최소화 했기 때문이다. 헤드의 직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미국골프협회의 승인도 받았다.
골프룰에 따르면 퍼터의 규정은 특별하지 않다. 클럽이 18인치보다 길어야 하고 퍼터 헤드의 힐과 토우가 앞뒤보다 길어야 한다 정도다.
2006년 프로로 전향한 에브리는 '쓰레받기' 퍼터를 들고 출전하기 전까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네이션와이드 투어 상금 18위에 오르며 개인 두 번째 PGA 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는 2010년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돼 PGA 투어에서 90일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에브리는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블랙호크를 들고 나온 첫 대회인데 잘 친다면 유행을 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퍼터가 내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에브리는 새 퍼터를 들고 평균 퍼트수 28.3개(공동 23위)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에브리는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에서 연습하던 중 오라이언 골프의 퍼터 기술자 출신 디자이너 데이비드 카르게타에게 '블랙호크'를 받았고 이후 한달 반 정도 사용해왔다. 에브리는 "소그래스 TPC에 있던 다른 선수들도 이 퍼터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쓰기로 한 것은 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블랙호크'는 현재 플로리다주 PGA 골프장에서만 제공된다. 카르게타는 앞으로 퍼터가 인기를 끌더라도 PGA 투어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골프장에서 퍼터를 판매할 계획이다.
한편 배상문(26ㆍ캘러웨이)이 PGA 투어 데뷔전에서 공동 29위를 차지했다. 배상문은 소니오픈 4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에 그쳐 전날 공동 8위에서 공동 29위로 밀려났다.
시즌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배상문은 "어제까지는 생각대로 풀렸지만 오늘은 최종 라운드라서 그런지 부담을 많이 느낀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PGA 투어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신인이고 내년 투어 카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밝혔다.
'맏형' 최경주(42ㆍSK텔레콤)는 4언더파 276타로 공동 38위, '막내' 노승열(21ㆍ타이틀리스트)은 1오버파 281타를 쳐 공동 66위로 대회를 마쳤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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