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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빵은 나누는 거라 그렇게 배웠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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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빵은 나누는 거라 그렇게 배웠거늘

입력
2012.01.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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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파트 상가마다 익숙한 이름의 빵 체인점이 적어도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지만 나 어릴 적엔 안 그랬다. 세계 유명 도시를 딴 고딕체의 간판 아래 빵집들이 제각각의 개성을 자랑하며 세탁소나 이발소 등과 함께 동네 곳곳에 그 터를 잡고 있었더랬다.

그때 내게 빵이라 하면 소보로나 슈크림, 단팥빵이나 식빵 정도여서 빵 굽는 냄새라도 맡아보고자 엄마의 심부름을 도맡곤 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늘어진 뱃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흰 속옷 차림으로 테이블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아저씨가 있었다.

가끔 '유머1번지'를 보며 낄낄 웃다 코를 후비던 손으로 마저 반죽을 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갓 구운 빵 앞에서 난 늘 아저씨의 패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저씨들이 사라졌다. 일용직 도배공으로 청과물 시장 상인으로 트럭 위에 짐을 싣고 인사를 남긴 아저씨들이야 그렇다 치고 소리 소문 없이 내려졌던 셔터가 영어도 모자라 프랑스어로 된 빵집으로 그 문을 새로 올려대도 도통 돌아올 줄 몰랐다.

혹시나 가게 이름 못 외울까 연일 텔레비전에서 암기를 시키는 연예인들의 인지도만큼 야금야금 우릴 잠식하던 새 빵집을 무기로 지금 한창 재벌가 딸들은 빵 전쟁을 치르고 있다지. 하다하다 이제 빵까지… 하나같이 외국에서 공부들도 꽤 했던데 게선 부끄러움도 안 가르치나. 아무래도 염치라는 단어는 끝내 배워먹지 못한 모양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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