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참전 병사들이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지난해 말 잇따라 발생한 노숙자 살해 사건의 용의자 이츠코아틀 오캄포(23)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16일 보도했다.
미 해병대 병사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오캄포는 13일 오후 오렌지카운티 한 식당의 주차장에 있던 노숙자 존 베리(64)를 수 차례 흉기로 찌른 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0.9㎞ 떨어진 곳에서 주민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말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3건의 노숙자 살해사건도 오캄포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노숙자 모두 수 차례로 흉기로 잔인하게 찔려 살해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참전 후유증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의한 충동살인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멕시코 출신인 오캄포는 1988년 태어나자마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고교 졸업 후 미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지난해 제대한 오캄포는 이후 PTSD를 앓았다고 가족들은 증언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제대 후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며 “직장을 구할 수 없어 매일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전에 함께 참전했던 전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상태가 더 나빠졌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캄포의 고교 동창은 “학교 다닐 때는 정말로 조용했던 오캄포가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에는 화를 잘 내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이라크전 참전 병사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1일 워싱턴주 레이니어산 국립공원에서는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벤저민 콜턴 반스(24)가 공원순찰대원을 총으로 난사해 살해한 뒤 자살했다. 반스는 2009년 제대 후 PTSD와 함께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전 참전 병사 출신들이 전역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잇따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두고 미국에서는 전쟁에 따른 극심한 후유증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복무한 미군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37%가 PTSD를 겪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PTSD에 걸릴 확률은 군 복무기간이 길면 길수록 높았다. 참전 군인들의 범죄율과 이혼율도 높아졌으며 20~24세 전역자의 실업률은 군대 경험이 없는 같은 연령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평균 30%를 기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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