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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교육장관의 자녀가 피해자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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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교육장관의 자녀가 피해자였다면

입력
2012.01.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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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상담 인력이 학교폭력 근절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올해 안에 학교폭력 위험이 높은 중학교부터 우선적으로 (인력을)확대ㆍ배치하겠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지원 체제를 잘 갖춰 드리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대체 누구 발언인지 궁금할 것이다. 학교폭력 대책을 언급한 것 같은데, 누가 이런 한가하기 짝이 없는, 사태의 본질을 간파 못한 아마추어 워딩을 당당하게 쏟아낸 것일까. 놀라지 말라. 이 나라 교육을 이끌고 간다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한 말이다. 뒤에 것은 국회에 불려가서, 앞은 전문상담 교사들을 모인 자리에서 한 얘기가 이런 식이었다.

나는 그가 정말 이런 말을 했는지 솔직히 의아스러웠다.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정말 그랬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교사와 학부모를 포함해 주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교폭력 근절의 출발점은 사회전반의 인식전환에 있다. 이를 위해 온 국민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힘을 쏟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학생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의 열의, 애정이 필요하다."

지난해 12월20일 학교폭력에 시달린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난 뒤 유사한 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자 교육 수장은 뻔질나게 학교 현장으로 달려갔다. 대구는 그의 출신지이기도 해 더욱 각별했는지도 모르겠으나, 아무튼 현장을 방문한 것은 100번 잘한 일이라고 본다. 무릇 모든 문제는 현장을 알아야 적절한 해법이 나오는 법이니.

그런데 초중고생을 둔 학부모라면, 폭력에 한번이라도 노출된 적이 있는 학생이라면, 학생 지도에 버거워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쌍심지를 켜고 온통 통 귀를 기울이는'학교폭력 괴물'에 대해 교육 수장은 안이한 인식을 드러내고 말았다. 진단이 잘못돼 있다보니 처방 역시 치유와는 한참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장관은 이런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 "교육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대국민사과를 먼저 했어야 옳았다. 왜냐고? 앞뒤 안가리고 밀어붙인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이 학생 자살로 까지 이어지게 만든 학교폭력의 근인(近因)이기 때문이다. MB 정부 들어 우리나라 학교는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라는 지적에서 줄곧 자유롭지 못했다. 자율과 경쟁이 MB 교육정책의 골격이지만, 자율은 쏙 빠지고 모조리 정량적인 성적 끌어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게 학교의 현실이다. 다른 학생을 밟아야 자신이 사는 약육강식의 무대가 우리 학교다. 이런 상황에서 인성교육 따위는 다른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우리 교육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이 장관이라는 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대국민 사과는 그래서 더욱 요긴한 카드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실기(失機)했다. 한번 기회를 놓쳤다면 만회를 시도했어야 하는데도, 여기저기서 뱉어놓은 발언들이 '함량미달 시리즈'다.

학교폭력이 상담인력이 부족해 일어난다고 보나. 예산 지원이 안 돼 그런가. 교사와 학부모들이 강건너 불구경한 탓에, 사회가 무관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까지 가는가.

학교폭력의 뿌리가 무엇인지 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조된 듯한, 임시방편식의 이벤트성 대책은 조롱거리밖에 안 된다. 국민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하나마나한 발언으로 스타일을 구기기 보단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하겠습니다. 은폐되거나 축소된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겠습니다. 이런 실상을 파악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기다려주십시오. 대책은 이게 이뤄진 뒤 내놓겠습니다. 중병을 치유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이 장관한테 이런 기대를 하는 건 무리일까. MB의 '묻지마 신뢰'와 달리, 교육계는 등을 돌린 지 오래인 이 장관 입장에선 실점을 만회할 타이밍이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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