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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도 늘었는데… 건설사 18년만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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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때도 늘었는데… 건설사 18년만에 줄었다

입력
2012.01.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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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등록된 건설회사는 5만개를 넘는다. 1997년 외환위기가 덮치면서 우방, 청구, 한양 등 주택건설의 명가들이 줄줄이 쓰러졌지만, 건설회사 수는 오히려 늘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건설사는 등록기준(자본금 2억원, 기술인력 2명 등)이 까다롭지 않아 부도난 건설사 임직원들이 너도나도 회사를 차리는 바람에 불황기에도 업체 수가 늘어나는 특성을 보였다. 그런데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해마다 증가하던 전국의 등록 건설업체 수가 18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이례적인 현상을 놓고 그만큼 건설업 불황의 그늘이 짙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현재 전국의 등록 건설업체 수는 ▦종합건설업체 1만1,545개 ▦전문건설업체 3만8,100개 ▦설비업체 6,335개 등 총 5만5,980개사로 집계됐다. 2010년 말(5만7,494개)보다 1,514개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건설업체 수가 줄어든 것은 1993년(전년 1만4,133개→1만3,828개) 이후 18년 만이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종합건설업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5년에 비해 12.5%(1,657개)나 감소했다. 몸집이 큰 대형업체의 감소는 이들의 하도급을 받아 먹고 사는 전문건설업체에도 타격을 줘 지난해 326개가 문을 닫았다. 전문건설업체 수가 줄어든 것도 2006년(전년 3만5,560개→3만5,040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건설사가 줄어든 1차 원인은 건설경기 침체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수주액은 2007년 127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건설투자액도 전년 동기대비 7.5% 감소한 104조5,000억원을 기록,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9분기 연속 감소)을 제외하면 가장 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셈.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침체가 3년 이상 지속되면서 한계 상황을 맞은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며 "올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건설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의 건설업 구조조정도 부실 건설업체의 퇴출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는 이미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적격 건설사 1만964개(종합건설업체 1,291개, 전문건설업체 9,673개)를 적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영업정지나 등록말소 처분을 의뢰했다. 등록 건설업체의 19.6%, 즉 건설사 5개 가운데 1개 꼴로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건설업계의 고민은 해가 바뀌었어도 상황이 딱히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정부의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은 작년보다 7.3% 줄어든 22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최저가낙찰제로 이뤄져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택시장 역시 유럽 재정위기의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인상 압력마저 높아져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B투자증권이 올해 건설수주액을 작년보다 1.0% 하락한 90조원 수준으로 전망하는 등 상당수 전문가들은 민간 주택시장의 부진과 공공발주 감소가 겹치면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국내 경기가 어려울 때 버팀목이 돼 줬던 해외시장도 올해는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가장 큰 시장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민주화 운동에 따른 정정 불안이 이어지면서 상당수 건설사들이 수주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거나 아예 수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데다 해외시장도 중동 지역에 편중돼 있어 건설업계의 불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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