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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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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의 별별이야기]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이 있을까

입력
2012.01.1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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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가여운 왕비는 거울로부터 백설 공주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답을 들었다. 질투심에 불타올랐고 백설 공주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천문학자들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거울에게 물어본다. "거울아, 거울아, 우주에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이 있을까?"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꼭 닮은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곳에는 우리 같은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은 아주 오래되고 근원적인 것이다. 아마도 인류가 지적인 능력을 갖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성능이 더 좋은 '거울'을 계속해서 만들어왔다. 그 선봉에 2009년 3월에 발사된 망원경을 장착한 인공위성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반사경, 즉 오목 거울을 사용해서 별 빛을 한 곳에 모으는 장치이니 말 그대로 '거울'이다. 그리고 이제 그 거울로부터 답을 들을 시간이 다가왔다.

작년 2월, 케플러 우주망원경 연구팀은 첫 4개월 동안의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거울의 첫 대답이었다. 놀랍게도 백조자리 근처의 좁은 영역에서 1,200개가 넘는 외계행성 후보를 발견했다. 그 중 60개 정도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숫자를 단순하게 하늘의 전 영역으로 확대한다면 우리 은하 안에는 수천억 개에서 수조 개의 지구와 비슷한 '유사 지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작년 12월, 케플러 우주망원경 연구팀의 추가 발표가 있었다. 이제 외계 행성 후보는 2,300개를 넘어섰다. 여기에 다른 관측을 통해서 확인된 외계 행성의 수를 더하면 외계 행성과 후보 행성을 합쳐서 그 숫자가 3,0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지구와 질량, 크기, 성질이 비슷하고 별로부터 떨어진 거리도 적당해서 딱딱한 표면 위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이른바 '생명 서식 가능 지역'에 속하는 유사 지구들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는 우리 은하 안의 거의 모든 별들이 행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태양 같은 별들의 3분의1은 유사 지구를 행성으로 갖고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사 지구의 존재가 생각보다 더 흔한 현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주에는 지구와 비슷한 유사 지구가 엄청나게 많아요." 현재의 거울인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우리들에게 이렇게 속삭이고 있다. 우리는 무척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류가 그토록 갈망하던 오래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서 거울이 막 답을 내뱉는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울아, 거울아, 우주에 지구와 꼭 닮은 행성이 있을까?" 그 답은 이미 쓰나미처럼 우리를 덮치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유사 지구에 생명이 살고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분광 관측을 통해서 유사 지구에 생명이 살기에 적합한 대기가 존재하는지 찾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외계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 과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유사 지구 후보들로부터 날아오는 전파 신호를 분석하고 있다. 만약 유사 지구에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그들은 과학기술문명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 부산물로 인공적인 전파 신호를 비롯한 문명의 흔적이 생겼을 것이다. 심지어는 우리처럼 그들도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인공 전파 신호를 우주를 향해서 쏘아 올렸을 것이다. 유사 지구에서 그 인공 전파 신호를 찾고 싶은 것이다. 이제 거울이 대답해야할 우리들의 질문은 "거울아, 거울아, 우주에는 우리 말고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까?"로 바뀌어 가고 있다. 소망이 있다면 미래의 거울에게서 "외로워하지 말아요. 유사 지구에 살고 있는 지적생명체는 많아요. 그들을 만나 봐요." 이런 말을 듣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더 좋은 거울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명현 세티 코리아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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