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혹한 속 주인 구한 풍산개/ 산 속에 쓰러진 80대 치매 노인과 체온 나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혹한 속 주인 구한 풍산개/ 산 속에 쓰러진 80대 치매 노인과 체온 나눠

입력
2012.01.15 12:36
0 0

혹한의 겨울 산 속에서 정신을 잃은 80대 노인이 집에서 기르던 생후 2개월 된 풍산개에 의해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강원 강릉경찰서는 지난 12일 오후 9시20분쯤 강릉시 청량동의 한 야산 능선에 쓰러져 있던 이모(85)씨를 발견해 구조했다고 15일 밝혔다.

평소 치매를 앓던 이씨는 12일 오후 4시쯤 집을 나섰다. 집에서 아비 풍산개와 함께 기르던 생후 2개월 된 강아지 '백구'가 이날 주인을 따라 처음으로 바깥 나들이를 했다. 하지만 해가 질 무렵까지 이씨가 귀가하지 않자 할머니는 오후 6시쯤 시내에 사는 아들(60)에게 알렸고 아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 가족과 함께 집 근처를 2시간여 동안 뒤졌지만 이씨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색 범위를 넓힌 경찰은 300여m 떨어진 야산에서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혼미해져 가던 이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

발견 당시 경찰과 가족들은 백구가 이씨의 배에 웅크리고 앉아 몸을 녹여주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체감기온 영하 10도를 훨씬 넘는 한파에서 백구가 없었다면 이씨는 큰 변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강릉경찰서 남부지구대 신창근(37) 경장은 "할아버지는 패딩조끼만 걸치고 모자와 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강아지의 도움으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13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장신중 강릉경찰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사연을 담은 글을 올렸고, 백구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현대판 오수의 개' 이야기로 불리며 급속히 퍼졌다. 고려시대 불 속에서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자신의 몸에 냇물을 적셔 구한 '오수의 개' 설화처럼 개가 주인을 구한 셈이다. 오수의 개 이야기는 고려시대 문인 최자(崔滋ㆍ1188~1260)가 쓴 '보한집'(補閑集ㆍ1254)에 실려 전한다.

용맹하면서도 침착한 풍산개는 강인한 체질에 질병과 추위를 잘 견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구는 아비 풍산개와 어미 진돗개의 혈통이 섞였다. 할아버지의 아들 이씨는 "백구를 아버지의 생명의 은인으로 알고 평생 한가족으로 지내겠다"고 말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