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간의 계파 갈등으로 불꽃이 튈 조짐을 보이자 양 진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화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계파 싸움으로 비화시켜 봤자 당 전체는 물론이고 각 진영에도 득이 될게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친박계를 겨냥해 "이번 사건은 친이계를 죽이기 위한 특정 세력의 음모"라고 주장했었다. 여기에 그간 침묵을 지켜오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마저 "나와 이명박 정부를 잡으려는 음모"라고 말해 적잖은 파장을 예고했었다. 당 안팎에선 이번 돈봉투 사건을 계기로 두 계파가 정면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권영세 사무총장은 1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건을 계파적 시각에서 보려는 시도가 있는데 (애초부터) 계파 갈등 차원에서 폭로된 것이 아니다"면서 "어떤 계파(가 꾸민 일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그런 주장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이어 "이 전 장관은 전당대회 당시 장기 외유 중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이 전 장관이 이 사건에 관련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안 위원장의 주장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인 이 전 장관도 한발 물러섰다. 그는 전날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음모'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는 "어제 발언의 핵심은 2008년 전대 때 나는 미국에 있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언론은 그 사실을 외면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10년 7ㆍ28 재선거에 당선된 이래 갈등의 중심에도, 분열의 중심에도 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진실을 외면하고 나를 갈등의 중심에 세우려 하지만 흔들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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